[아시안게임] 김연경의 황금 세대를 살려라… 산적한 숙제 안은 여자배구

국제 대회가 끝날 때마다 한국 여자배구는 숙제를 안는다.

김연경(30·터키 엑자시바시)을 받칠 공격수를 발굴해야 한다는 당위다.불안한 리시브가 우리 대표팀의 변치 않는 고민이라면 30대에 접어든 김연경과 쌍포를 이룰 공격수를 육성해야 한다는 건 시급한 과제다.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라는 슈퍼스타 김연경을 앞세운 여자배구 '황금 열차'의 종착역이 멀지 않아서다.

여자배구는 1일 막을 끝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세트 스코어 3-1로 따돌리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2006년 도하 대회부터 4개 대회 내리 출전한 김연경은 2014년 인천 대회에서 금메달,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은메달, 그리고 이번에 동메달 1개씩을 따냈다.

김연경은 우리 나이로 34세가 되는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하겠다는 뜻을 밝히지 않았다.

상황을 지켜보자며 즉답을 피했다.대표팀의 실상이 아무리 김연경 '원 우먼 팀'이라고 해도 김연경 혼자 팀을 이끌 순 없다.

코트에서 김연경이 공수에서 제 기량을 발휘한다고 해도 후배들과의 '내무 생활'까지 중심을 잡으라는 건 지나친 요구다.

그래서 대회 2연패를 이룰 적기였던 올해 아시안게임 성적이 아쉽다.
김연경은 '절친'인 양효진(29·현대건설), 김수지(31·IBK기업은행) 등 비슷한 또래와 대표팀 공격의 주축을 이뤘다.

차해원 감독은 김연경의 스타일을 잘 아는 베테랑 세터 이효희(38·한국도로공사)를 발탁해 농익은 30대 선수들로 우승에 도전했다.

그러나 신구가 조화를 이룬 태국에 준결승에서 패해 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태국은 20대 신예와 30대 고참들이 톱니바퀴 같은 조화를 이뤄 한국을 눌렀다.

아시아 4위라는 벽을 깨고 이젠 한국, 중국, 일본을 위협할 수준으로 올라왔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태국의 서브에 경기 내내 고전했다.

불안한 서브 리시브를 상대적으로 높은 블로킹으로 만회하려 했지만, 서브에 대량 실점해 앞서가는 경기를 펼치고도 고비를 넘지 못했다.

특히 다른 공격수들의 부진으로 어렵게 세터에게 배달된 볼이 김연경에게 집중된 탓에 태국의 수비를 흐트러뜨리지 못해 고배를 마셨다.

태국전 패배의 짙은 아쉬움을 가슴에 새긴 김연경, 이효희, 김수지, 양효진 등 베테랑 4총사는 아시안게임 최종전 직후 눈물을 보였다.

함께 뛸 수 있는 마지막 아시안게임이라는 소회가 이들의 감성을 파고들었다.
현재 이들의 나이를 고려할 때 황금 세대가 마지막으로 빛을 발할 기회는 2020년 도쿄올림픽일 가능성이 짙다.

공수 만능 해결사 김연경, 블로킹과 속공을 책임지는 '거미손' 양효진, 가로막기와 이동 공격의 중심 김수지가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의 꿈을 이루려면 이들을 받칠 선수들이 커야 한다.

박정아(25·한국도로공사), 강소휘(21·GS칼텍스), 이재영(22·흥국생명) 등 날개 자원들의 성장이 절실하다.

공격과 리시브 모두 팀에 보탬을 줘야 30대 베테랑의 체력 소모도 줄어든다.

김연경은 아시안게임에서 사실상 축구의 '리베로'와 같은 일을 맡았다.

전위에서 타점 높은 강타로 득점을 올리고 체력에 부치면 후배들에게 전위를 내주고 뒤에서 리시브와 수비에 집중했다.

김연경의 체력을 안배한 차해원 감독의 작전이었다.

김연경이 32점으로 공격을 이끌고 양효진과 이재영이 16점씩 뒤를 받쳐 공격의 삼각 분할을 이룬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이 우리 배구가 꾸준히 지향해야 할 내용이다.김연경이 세계적인 선수로 등장한 뒤 치른 2012년 런던올림픽,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여자배구는 각각 4위, 5위에 머물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