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가구 급증… 원룸형 오피스텔도 '실수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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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서 주거 목적으로 변화원룸형 오피스텔이 실수요자의 주거 상품으로 변하고 있다. 원룸형 오피스텔은 50~70대 중장년층이 임대를 목적으로 한 투자 상품이었다. 그러나 1~2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아파트 값이 급등하면서 젊은 층이 실수요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도권 2030 1인 가구 비중 최대
소형 아파트값 가파른 상승으로
비교적 저렴한 오피스텔 선호
위례신도시 '더케렌시아 300'
룸 파티션으로 사생활 보호
고양 '힐스테이트 삼송역 스칸센'
실내수영장·체육관 등 특화시설
오피스텔은 주택과 마찬가지로 대출제한을 받지만, 아파트 값이 급등하면서 첫 내 집으로 소형 아파트를 매입하기도 어려워졌다. 1인 가구가 많고 청약 제한이 엄격한 서울 및 경기권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자금 부담이 없으면서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오피스텔을 알아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 된 셈이다. 정창현 솔렉스마케팅 팀장은 “수도권에서 소형 아파트 가격이 매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대출이나 청약 여건도 좋지 않다 보니 20~30대 젊은 층이 접근하기 어렵게 됐다”며 “젊은 층이 아파트보다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소형 오피스텔로 눈길을 돌리면서 건설사들도 실수요자를 고려한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원룸형 오피스텔 차별화로 경쟁
건설사들도 달라진 수요층을 위해 설계와 시설에 차별화를 두고 있다. 일신건영이 서울 위례신도시에서 분양 중인 ‘더케렌시아 300’은 원룸형임에도 사생활을 보호하는 구조를 선보였다. 원룸 구조인 전용 23~26㎡에 3단 미닫이 형태의 ‘룸 파티션’을 설치했다. 원룸은 출입문을 열면 실내가 한눈에 훤히 들여다보이곤 한다. 택배나 음식 배달 시 사생활 보호가 안 되는 데다 손님이 오더라도 불편한 점이 있었다.일신건영은 이를 감안해 나무 소재 룸 파티션을 도입, 별도의 침실공간으로 분리해 투룸과 같은 효과를 줬다. 매립된 가구들도 파티션을 기준으로 침실 쪽에는 드레스룸을, 현관 쪽으로는 붙박이 책상, 책장 등을 배치했다. 천장고는 일반 아파트보다 높은 2.5m에 달한다. 일부 실에는 테라스가 제공돼 1인 가구도 여유있게 오래살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구성했다. 분양 관계자는 “홍보관 오픈 이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실거주 목적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실수요자들을 감안해 분양가가 2억원 초반으로 낮은 데다 분양보증이 가능하고 이자후불제와 같은 금융 혜택도 있다”고 설명했다.아파트 못지않은 커뮤니티 시설을 선보이는 오피스텔도 있다. 현대건설이 경기 고양시 삼송지구에 짓는 ‘힐스테이트 삼송역 스칸센’이다. 2개 블록에 2513실의 초대형 규모인데, 전용면적 18~29㎡의 소형으로만 구성된다. 단지에는 취미,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다양하게 꾸며진다. 고급 아파트에나 조성되는 실내수영장을 비롯해 체육관, 클라이밍 시설, 실내외 조깅트랙 등의 시설이 지어진다. 푸드라운지, DIY공방, 펫케어센터도 들어설 예정이다.
◆서울경기 2030 1인 가구 비중 ‘최대’
1인 가구 비중은 매년 늘어났다. 지난 5년간 약 100만 가구가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국의 1인 가구수는 556만2048가구로, 총 가구수(1952만3587가구)의 28.5%에 달한다. 서울과 경기지역의 1인 가구 비중은 더 커서 116만5681가구에 달한다. 서울에 살고 있는 1인 가구는 20~30대가 54만 8761가구(46.5%)로 연령대 중 비율이 가장 높았다. 경기에 거주하는 1인 가구는 30대 비중이 가장 많은 22만2343가구(19.8%)였고, 20~30대가 34.4%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아파트 가격은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서울지역 가구당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7억8288만원으로, 3년 전에 비해 40.2% 올랐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전용 60㎡ 이하 소형은 가구당 평균 매매가가 5억540만원으로 같은 기간 45.6% 급등했다.
한 건설사 임원은 “학교나 직장과 가까운 서울에서 젊은 사람들이 거주할 곳은 원룸밖에 없다”며 “실수요자를 감안해 주거 여건을 개선해줄 설계나 시설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