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서는 순간 탄성… 럭셔리 호텔 끝판왕 떴다

호텔의 향기

특급호텔 고급화 경쟁
로얄스위트
올 하반기 국내 호텔업계의 키워드는 ‘럭셔리’다. 5성급 특급호텔 수준을 뛰어넘는 ‘6성급 최고급’ 호텔이 매달 문을 열고 있다.

지난 7월 신세계그룹의 독자 호텔 브랜드 ‘레스케이프’를 시작으로 8월 강남 ‘JW메리어트서울’, 9월 롯데호텔서울 ‘이규제큐티브 타워’가 줄줄이 개관했다. 이달 하순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 문을 여는 ‘아트파라디소’도 6성급 부티크 호텔이다. 내년에는 서울 강남에 글로벌 호텔 체인 하얏트의 럭셔리 등급 ‘안다즈’가, 2020년에는 아코르의 ‘페어몬트’가 오픈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도 본격적인 럭셔리 호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럭셔리 호텔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국내 호텔업계 수준이 한 단계 상승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럭셔리 호텔 전성시대 열려

롯데와 신세계가 럭셔리 호텔 경쟁의 불을 댕겼다. 신세계는 최근 한 달 간격으로 럭셔리 호텔을 선보이고 있다. 7월 문을 연 럭셔리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에 이어 지난달 JW메리어트 서울 영업을 시작했다. 2000년 개관한 JW메리어트 서울은 17년 만에 대대적인 공사를 한 뒤 럭셔리 호텔로 거듭났다. ‘차원이 다른 럭셔리’란 콘셉트로 공사비만 1000억원 이상 쏟아부었다. 호텔업계 관계자들이 “신세계가 작정하고 럭셔리 호텔의 진수를 보여주려 한다”고 할 만큼 호화롭게 꾸몄다.
JW메리어트 서울 1층 로비
1층 로비 공간은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장 미셸 오토니엘, 알젤름 키퍼 등 해외 유명 작가 작품으로 대부분 채웠다. 객실에는 침대 전문 브랜드 시몬스의 최상위 모델 ‘뷰티레스트 블랙’을 넣었다. 호텔 최상층 ‘프레지덴셜 펜트하우스’와 ‘앰버서더 펜트하우스’는 복층 구조로 객실 내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다.레스토랑도 최고 수준이다. 그릴 요리를 하는 ‘더 마고 그릴’은 800여 종, 약 3500병의 와인을 갖추고 있다. 국내서 보기 힘든 와인도 많다. 와인은 동굴 모양의 대형 와인 셀러에 담겼다. ‘모보 바’는 정원에서 직접 재배한 허브와 꽃 등을 활용한 시그니처 칵테일을 선보인다. 재료 본연의 맛과 일본 전통 식문화를 느낄 수 있는 일식당 ‘타마유라’, 한식·양식·중식·일식 등 세계 각지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뷔페 식당 ‘플레이버즈’ 등도 있다.
앰배서더 스위트
여기에 맞서 롯데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을 6성급 럭셔리 호텔 이그제큐티브 타워로 바꾸고 1일부터 영업을 시작했다. 본관에 비해 인테리어, 서비스 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체크인할 때 모든 투숙객이 앉아서 서비스받을 수 있다. 투숙객 전용 라운지 ‘르 살롱’에서 시간대별로 조식, 스낵, 애프터눈 티 등을 이용할 수 있다. 35층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 서울’은 이 호텔의 화룡점정이다. 프렌치 요리의 세계 최고 셰프로 꼽히는 피에르 가니에르가 자신의 이름을 건 국내 단 하나뿐인 레스토랑이다.

호텔 스파 프로그램
오는 22일에는 파라다이스그룹이 인천 영종도에 아트파라디소(Art Paradiso)란 럭셔리 부티크 호텔을 연다. 부티크 호텔은 전형적인 호텔과 달리, 독특한 디자인을 적용한 중소 호텔을 말한다. 58실 규모 아담한 크기의 아트파라디소는 모든 객실을 스위트 타입으로 꾸몄다. 복층 구조의 기본형 ‘듀플렉스’부터 ‘주니어 스위트’ ‘딜럭스 스위트’ ‘로열 스위트’ 등으로 구성됐다. 모든 객실은 ‘노 키즈’ 존으로 운영된다. 투숙객이 보다 안락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파라다이스시티 아트파라디소
아트파라디소는 1 대 1 맞춤형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체크인할 때 로비에서 차와 다과를 즐기며 대기 시간 없이 바로 방을 배정받는다. 파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파티용 DIY(Do It Yourself) 칵테일 키트를 제공한다. 객실 내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미니바가 있다. 와인, 스낵, 물 등이 담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4시간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는 ‘버틀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독특하다.400달러 이상 가격정책 가능할까

럭셔리 호텔 경쟁 속에 이들 신규 호텔의 가격 전략도 관심을 끌고 있다.

업계에선 세금, 봉사료 등을 제하고 1박에 통상 400달러(약 45만원) 이상 받는 호텔을 럭셔리로 부른다. 하지만 이들 호텔에 앞서 국내서 문을 연 럭셔리 호텔은 가격대가 20만~30만원대까지 내려온 상태다.
롯데호텔 서울 이규제큐티브 타워 로얄스위트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 월드와이드의 최상위 등급 브랜드 콘래드는 2012년 개관할 때만 해도 업계의 큰 이목을 끌었다. 국내에서 이 정도 등급의 호텔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객실 점유율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자 콘래드호텔은 럭셔리 등급에 걸맞지 않게 가격을 확 낮췄다. 현재 콘래드호텔의 주중 1박 가격은 20만원대 중후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때 10만원 후반에 판매하기도 해 업계에선 “럭셔리 호텔이 맞느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럭셔리 호텔이 가격을 낮추면 그 밑에 단계 등급 호텔에 줄줄이 영향을 준다. 또 다른 대표적 글로벌 럭셔리 호텔 브랜드 포시즌스도 현재 1박에 30만원 초반 수준이다. 국내 ‘토종 호텔’ 중 가장 고급으로 알려진 신라호텔 가격에도 미치지 못한다.이런 탓에 롯데호텔은 지난달 30일 열린 이그제큐티브 타워 오픈 기자간담회에서 “400달러 이상 가격 정책을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손님이 없어도 ‘헐값’에 객실을 파는 일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JW메리어트 서울도 최소 30만원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