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지원사 훈령 보니… 소속군인 등에 '정치중립 서약서' 의무화

정치개입·민간사찰·특권의식 금지…부당지시 땐 이의 제기하도록
안보지원사 신원조회 대상 장성, 보안·방첩문제 관련자 등으로 제한
국방부가 2일 공개한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운영 훈령'에는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해체를 초래한 정치개입과 민간사찰, 특권의식 등의 구태를 엄격히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정치개입 등의 불법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상급자가 부당한 지시를 하면 이의제기할 수 있는 절차도 명시됐다.

1일 시행된 국방부 산하 안보지원사 훈령은 대통령령인 안보지원사령에도 담긴 정치적 개입 및 민간사찰 금지, 군인 등에 대한 불법정보수집 금지, 특권의식 배제 등을 구체화했다.

우선 훈령 제4조는 안보지원사 소속 군인과 군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했다.구체적으로 ▲정당이나 정치단체 가입 ▲정당이나 정치단체의 결성 또는 가입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의견 유포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을 위한 기부금 모집을 지원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등을 금지했다.

아울러 안보지원사 소속 군인과 군무원이 임용될 때와 진급할 때 이런 내용이 담긴 '정치적 중립 서약서'를 제출토록 했다.

'댓글공작'을 하는 등 정치개입을 일삼은 과거 기무사와는 단절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훈령 제5조는 민간인에 대한 불법 정보수집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적었다.

안보지원사 소속 군인과 군무원은 "정당한 직무범위를 벗어나서 민간인에 대한 정보수집 및 수사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면서 "직무범위 내에서 민간인에 대한 정보수집 및 수사를 할 경우에는 사전에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하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안보지원사령관은 정치개입이나 민간사찰 등 불법 행위자에 대해 군형법상 '정치관여의 죄'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 형사고발, 징계, 원대복귀 등의 조처를 해야 한다.
군인과 군무원에 대해서도 정당한 직무 범위를 벗어난 정보수집을 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했다.

기무사 시절 일상적으로 이뤄지던 군인과 군무원에 대한 동향 관찰을 폐지한 것이다.

안보지원사가 할 수 있는 신원조사 대상은 ▲장성과 장성 진급 대상자 ▲보안·방첩 등의 문제 식별자 ▲국방장관이 지정한 주요 부대를 지휘하는 대령급 지휘관 ▲3급 이상 군무원 ▲ 대(對)국가전복과 관련이 있는 부대의 지휘관 등으로 한정됐다.

특권의식 배제를 규정한 훈령 제8조는 "안보지원사 소속 모든 군인은 부대 내에서 군복을 착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사복을 입고 정보수집을 하던 관행을 폐지한 것이다.

또 야전부대에 불필요한 자료제출을 요구하거나 보안지원을 명목으로 지휘권한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했다.

정당한 사유 없이 작전부대의 회의나 모임에 참여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정치개입이나 민간사찰 등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해 안보지원사 감찰실에 이의제기하는 절차는 훈령 제10조에 명시됐다.

감찰실장은 이의제기가 접수된 후 14일 이내에 이의제기 당사자에게 결과를 통지해야 한다.

또 안보지원사령관은 감찰실장이 요구하면 이의 제기된 사항을 심사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5~7인으로 구성되는 심사위원회의 위원장은 참모장이 맡고 법무실장, 감찰실장 등이 참여한다.

안보지원사의 사령관과 참모장, 감찰실장의 지시 또는 요구에 이의가 있으면 국방부 감사관실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국방부 감사관이 철회를 요청하면 사령관, 참모장, 감찰실장은 해당 지시 또는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

이의를 제기한 안보지원사 군인과 군무원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하고, 인사상에 불이익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신고자 보호 조항도 명시됐다.남영신 안보지원사령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이의제기 절차는 이전까지 없었던 제도"라며 "사령관이 부당한 지시를 하더라도 국방부 감사관실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