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처럼 싹만 틔우고 고사한 한국 클라우드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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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산업 대해부싸이월드는 페이스북보다 먼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하지만 한국이라는 울타리를 넘지 못해 2015년 서비스를 접었다. 클라우드도 마찬가지다.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위협할 만한 서비스가 여럿 등장했지만 수요 부족으로 사업을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한글과컴퓨터는 2000년 웹 기반의 문서 도구인 ‘넷피스’를 선보였다. 온라인상으로 저장공간을 제공하고 한글 워드프로세서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오늘날 유행하는 클라우드 기반 문서도구의 선조 격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구독형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과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불신으로 2007년 서비스를 종료해야만 했다. 한컴은 2015년 넷피스24를 새롭게 선보였지만 구글의 구글독스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오피스 온라인이 시장을 장악한 뒤였다.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KT는 아마존이 AWS를 분사해 클라우드 사업을 시작한 2006년 ‘유틸리티 컴퓨팅’ 서비스에 나섰다. 서버를 임차해 사용한 만큼만 돈을 내는 개념의 기술로 지금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루는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두 업체 간 출발선이 다르지 않았던 셈이다. 운명을 가른 것은 서비스 품질이었다. 클라우드에서 결제, 대금 지급, 프로그램 개발을 할 수 있는 서비스가 붙기 시작하면서 KT 고객이 대거 이탈했다.
2000년대 초반 등장한 애플리케이션서비스프로바이더(ASP)도 비운의 작품 중 하나다. 사무에 필요한 각종 정보기술(IT)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기술로 정부도 2003년 26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다.문제는 기업 수요였다. 보안이 취약하고 서비스 업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사업이 유야무야됐다. 2007년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4000여 개 사업체 중 ASP 서비스를 알고 있는 업체는 10.65%에 불과했다.
유헌창 고려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중앙서버를 통해 모든 IT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은 국내에도 있었다”며 “아마존이 ‘빌려준다’는 개념을 기업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반면 국내 업체들은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