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까지 아마존 클라우드 쓰는 美… '보안 트라우마'에 갇힌 韓

클라우드 산업 대해부
(1) 한국은 클라우드 '불모지'

■ '정책'이 없다
민간 클라우드 키워야 할 정부
공공정보도 개방 않고 묶어놔

■ '시장'이 없다
개인정보 규제, 시장확대 막아
기업은 데이터 외부 보관 꺼려

■ '도전기업'이 없다
아마존·MS, 기술 경쟁력 앞서
엔씨소프트·넷마블도 韓 외면
미국은 2011년 ‘연방 클라우드 컴퓨팅 전략(FCCS: Federal Cloud Computing Strategy)’을 수립했다. 연방정부가 쓰고 있던 데이터베이스 2015개 중 1000개를 없애고 민간 클라우드로 전환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미국 업체들은 FCCS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클라우드산업 노하우를 쌓았다. 2013년엔 보안이 생명인 미국 중앙정보국(CIA)도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옮겼다. AWS는 ‘CIA도 인정한 실력’이란 명성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했다. 이 회사는 33%의 점유율로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다.
(1) ‘정책’이 없다

세계 주요국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정부가 클라우드 시장의 ‘조성자’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검증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만을 고집하는 민간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실적과 노하우를 키워주겠다는 의도다.

한국은 정반대였다. 대부분의 정보를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관리하는 ‘G-클라우드’에만 보관했다. 민간 업체의 보안 수준이 정부 데이터를 다룰 만큼 올라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나마 지난달 31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대국민 서비스를 민간 클라우딩 서비스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하지만 여전히 민간 기업에 대해 진입장벽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김현철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클라우드산업진흥팀 수석연구원은 “공공시장이 클라우드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정부가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2) ‘시장’이 없다

개인정보 활용 규제도 클라우드산업이 성장하는 데 걸림돌로 꼽힌다. 자유롭게 수집해 가공할 수 있는 데이터가 부족하면 빅데이터산업이 죽고, 클라우드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처럼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데이터뿐 아니라 자동차번호, 스마트폰 유심번호처럼 추가 조사를 통해 개인의 신분을 파악할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도 함부로 쓸 수 없는 개인정보로 규정해왔다.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이 ‘데이터 경제’를 선언하며 신분을 알아볼 수 없도록 가공한 가명 정보의 사용을 허용하는 방침을 밝혔으나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뚫고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정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대다수 국내 기업은 내부 데이터를 외부에 맡기는 것을 꺼려왔다. 언제 경쟁자가 될지 모르는 회사에 내밀한 회사 정보를 보여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기업일수록 더하다. 삼성SDS, LG CNS와 같은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그룹 계열사의 데이터를 전담 관리한다.

이 같은 구조가 클라우드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욱이 공공과 금융, 의료 시장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들도 고객으로 만들기 힘들다는 설명이다.(3) ‘기업’이 없다

현재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1위와 2위 사업자는 미국 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다. 글로벌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와 새 고객사에 가격을 확 낮춰주는 ‘덤핑’ 전략으로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두 회사의 위력을 알 수 있는 업종으로 게임을 들 수 있다. 게임은 대기업 계열이 아니면서 비교적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분야로 꼽힌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AWS 클라우드를 쓰고 있다. 넥슨은 AWS와 MS를 동시에 활용한다. 서비스가 다양하고 데이터를 많이 쓸수록 요금을 더 깎아주는 만큼 다른 업체를 고려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도 대부분 AWS의 편이다. 최소한의 과금만 하고 있는 데다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도구도 100가지가 넘는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더 벌어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한다. 기술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올해 초 주요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해당 기업의 기술 수준이 글로벌 1위 업체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물었다.한국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게임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답변 평균값은 81.0%(1위 업체 기술력을 100%로 가정)였다. 반면 클라우드 서비스 업계의 답변 평균값은 40.9%로 조사대상 6개 업종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