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괜찮다는 말만 믿고 어떻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나요"

금천구청 "귀가 문제 없다"
대우건설 "피해보상 최선 다할 것"
“구청은 안전하다고 하지만 어떻게 믿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지반 침하’가 발생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A아파트에 사는 오모씨(61)는 지난달 31일 새벽만 생각하면 아직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오전 4시38분 아파트 단지와 인근 오피스텔 공사장 사이에서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의 땅이 아래로 푹 꺼지면서 이곳 주민 2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오씨는 “사흘째 외부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안전 문제가 100% 검증되기 전까지 집에 가지 않겠다”며 “이에 따른 피해는 구청과 시공사가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할 금천구청은 2일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재입주는 문제 없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황민 구청 건축과장은 “지난 1일부터 시행한 지반조사와 지표침하계를 통한 분석 결과 더 이상의 지반 침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반도 안전한 것으로 확인돼 자택에 입주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지반공학회 등 전문가들과 10월 말까지 정밀안전진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이날 설명회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주민들의 생활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 피해보상금 협의에도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했다.그러나 주민들은 “구청의 안일한 대처가 사고를 키웠다”며 반발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22일 공사장 인근 아파트 주차장에서 균열이 나타나 원인 분석과 공사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구청에 보냈으나 9일이 지난 30일에야 담당 부서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민원이 9일 동안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건 일반 회사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우건설에 대한 불신도 크다. 주민 김모씨(46)는 “소음 및 공사 시간 등의 문제로 주민 60여 명이 구청에 항의 방문하고 구청장이 찾아와 면담하는 등 지난 5월부터 수없이 문제를 제기했지만 달라진 게 없었다”며 “건설사 측은 사고 이후에도 ‘잘 조사해 처리하겠다’는 답변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양 갈래로 나뉘었다. 공사장과 인접한 아파트 3개 동 주민은 2일 별도의 ‘피해 주민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한동훈 대책위 공동대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피해 주민의 요구사항을 구청에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우리 권익은 우리가 지킬 것”이라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