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도쿄는 3.3㎡당 2억, 서울 1억원은 예상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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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빌딩도시기획 출신 日 부동산 전문가서울 반포동에서 3.3㎡당 1억원(공급면적 기준) 아파트가 나왔다. 이를 두고 거품 논란이 거세다. 정부도 나서서 '업계약'의 의심된다며 실거래가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내 최고의 일본 부동산 전문가는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한경 <집코노미>가 일본의 대표 디벨로퍼인 모리빌딩도시기획에서 12년간 일한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개발운영사업본부장을 긴급 인터뷰했다.
박희윤 HDC현대산업개발 개발운영사업본부장 인터뷰
▶일본에선 최고급 주택 가격이 어느 정도인가?“3.3㎡당 2억원 정도다. 2000년대 들어 재개발을 통해 공급된 도쿄 역세권의 복합단지들이 그 정도 가격이다. 롯폰기힐스, 도라노몬힐스 등이다. 일본에선 보통 3.3㎡당 1억원을 넘어서는 정도면 최고급으로 본다. 요즘은 이 정도 가격에 분양되는 복합단지 내 아파트가 수시로 나온다. 복합단지는 상업 업무 문화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어 원스톱 라이프가 가능하다. 역세권 복합단지 중에서 외국인이 많이 몰려 사는 곳이 인기다.”
▶우리나라에선 한강변이 1등이다. 일본에서 역세권 복합단지가 1등인 이유는.“일본에선 전통적으로 역세권이 대세다. 철도망을 축으로 주거지가 들어서 있어서다. 여기에 복합개발로 부가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도쿄 도심에 복합 개발한 것들이다. 그런 집들이 3.3㎡당 1억5000만원을 넘어간다.”
▶도쿄에선 수변 주거지의 인기는 어느 정도인가.
“일본의 수변 지역은 바닷가다. 오다이바 레인보우브리지 주변에 대거 들어서고 있는 타워맨션도 역세권 복합단지와 함께 최고급 주거단지 대우를 받고 있다. 역세권 복합단지와 바닷가 타워맨션이 쌍벽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반포동의 3.3㎡당 1억원이 거품인가.
“우리나라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1억원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수급이 꼬이면서 생각보다 1억원 시대가 빨리 왔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1억원 아파트가 무한정 확산할 수는 없다. 최상위급 부자들이 살 수 있는 아주 일부 아파트가 1억원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압구정동 현대·한양 아파트도 재건축되고 나면 3.3㎡ 당 1억원 이상 할 것으로 본다. 한남뉴타운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외국인이 거주하고 싶어하는 지역이어서다. 여기에 살면 밤에 이태원에 나가 즐길 수 있다. 일본처럼 한국에서도 외국인이 거주하는 지역이 뜰 가능성이 높다.”
▶일본형 부동산가격 폭락이 올까.“일본형 폭락은 이미 지나갔다고 본다. 글로벌 금융위기 즈음이 일본형 폭락이 일어난 시점이었다. 버블이 붕괴된 시점이다. 일본 부동산 값 폭락의 본질은 버블 붕괴다. 서울 부동산 버블 붕괴는 이미 2008~2013년 사이에 일어났다. 지금 우리는 일본의 2003년경에 해당한다. 버블이 붕괴된 뒤 시장이 회복국면에 들어간 시점이다.”▶일본의 집값 하락기가 길었던 이유는.
“정부 정책의 잘못이 크다. 집이 충분한 데도 집을 계속 공급했다. 경기를 지탱하기 위해서다. 부동산시장 침체가 시작됐음에도 호황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10년 동안 더 공급했다. 이게 패착이었다. 집이 너무 많이 지어졌다.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한국에서 가장 유망하게 보는 지역은?
“용산이다. 외국인이 가장 거주하길 원하는 지역이다. 이태원이 있어서다. 여기 가면 언어 장벽 없이 마음껏 ‘나이트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국내 부자들도 외국인이 많이 사는 곳에 살고 싶어한다. 계획대로 개발되면 용산은 최고의 업무중심지·부촌이 될 것이다. 게다가 용산은 한강까지 끼고 있다. 우리는 도쿄의 행보를 따라가고 있다. 도쿄역 주변 마루노우치는 우리의 광화문에 해당한다. 전통적인 업무지역이다. 그다음 개발된 신주쿠는 우리의 강남에 해당한다. 그 다음에 개발된 곳이 롯폰기힐스다. 여긴 우리의 용산과 비슷한 곳이다. 서울에도 롯폰기힐스 같은 곳이 생길 거다.”▶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잘한 부동산 개발은.
“일본은 우리나라의 3가지를 부러워한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청계천 개발, 판교개발 등이다. 일본은 그린벨트를 도입하지 못했다. 도쿄를 둘러싼 녹지 축 확보에 실패하면서 도시가 너무 확장됐다. 일본은 청계천 같은 도시재생을 꿈도 못 꾼다. 일본에선 청계천에 훨씬 앞서 니혼바시 위 고가도로 철거를 추진했다. 일본판 청계천 개발로 불리는 프로젝트다. 그러나 아직도 그대로다. 이것저것 재는 게 많아서 우리처럼 신속하게 일을 추진하지 못한다. 근본적으로 우리와 달리 토지주의 100% 동의가 있어야 개발이 가능하다. 일본에선 토지 수용 제도가 없다. 판교를 부러워하는 이유는 자족형 신도시여서다. 일본의 신도시는 베드타운이다. 이게 노후화되면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판교는 테크노밸리 조성에 힘입어 자급자족도시로 거듭났다.”
▶일본 부동산시장의 최신 트렌드에 대해 알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무조건 가봐야 한다. 3가지를 보면 된다.우선은 도심 역세권이 어떻게 개발되는지 봐야 한다. 그리고 일본 교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리조트가 어떻게 개발되고 있는지 보면 좋다.”
▶우리 도시와 일본 도시의 다른 점은.“우리 도시는 미국식과 일본식이 섞여 있다. 일본은 철저히 전철 중심이다. 철도를 급행화시켜 직주근접을 구현했다. 우리는 전철중심이기도 하고, 도로 중심이기도 하다. 또 다른 점은 일본엔 원도심이 하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리 도시들은 서울처럼 구도심과 신도심이 있다.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접근법이 달라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일본 부동산을 볼 때는 철저히 본질을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겉모습만 보고 벤치마킹해선 실패한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