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31) 자기 몸 건사하기도 바쁜 워킹맘의 정신승리법
입력
수정
딸 둘을 둔 내게 세상 무엇보다 어려운 일은 아이들 머리 묶기 주기다.
헤어스타일 관리가 귀찮아서 수십 년간 단발을 유지해 왔는데 딸맘이 됐다고 손재주가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았다. 아무리 묶는다고 묶어 줘봐야 얼마 안 가 사극 '추노' 주인공처럼 '대역 죄인' 스타일이 돼 있기 일쑤다.어느 날 할머니와 교회에 다녀온 딸의 머리가 이마 가운데서부터 머리끝까지 곱게 땋아 내려져 있었다. 어찌나 예쁘고 단정한지 아이 얼굴까지 단정하고 화사해 보였다.
"엄마 나 겨울왕국 엘사 같지?"라며 신나하는 딸을 보는 순간 조금만 신경 써서 꾸미면 이렇게 예뻐 보이는데 내가 손재주가 없다는 핑계로 너무 방치했었구나 싶어 반성이 됐다.
그나마 한 때 단발머리였을땐 괜찮았는데 공주병에 걸린 딸들은 머리가 길면 무조건 예쁜 줄 알고 절대 자르기 싫다고 성화다.그 다음날 아침 굳은 각오로(?) 아이를 앉히고 머리땋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아이 머리 땋아내리는 작업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유튜브를 보고 흉내를 내봤지만 여기저기 삐져나오고 붕 떠서 내가 봐도 웃음이 나왔다. 교회 어머님이 땋은 머리와는 완성도부터 달랐고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급해지니 더욱 볼품없어졌다.
하는 수 없이 오늘 콘셉트도 '내추럴 포니테일'이다.
이것저것 핀을 사서 꼽아 줘봐도 왜 제자리에 있질 않고 항상 귀 옆으로 내려오는 건지, 당겨 묶으면 아프다고 난리, 느슨하게 묶으면 다시 '대역죄인'. 아침마다 전쟁이 따로 없다.아 모르겠다. 내가 언제부터 아이들 스타일에 신경 썼다고.
신발을 사러 간 백화점에서 아이가 마네킹이 입고 있는 드레스를 입겠다고 졸라댔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활용도도 떨어질 것 같아 망설였는데 아이의 요구는 너무 강렬했다.큰맘 먹고 사준 그 옷을 아이는 딱 한 번 입고 그 후 만지지도 않았다.
'아 아까워. 그 돈이면 내가 네일샵 몇 번은 갔을텐데.'
낭비도 이런 낭비가 어디있나.
크면 시키지 않아도 멋부리고 꾸밀 텐데 금방 크는 아이 옷 사는 대신 역시 내 모습이나 신경 쓰자 결심했다.
그러던 어느날 외부 행사에서 우리 딸들의 모습을 본 후배가 직언을 날렸다.
"딸만 둘이라길래 아이들도 선배처럼 예쁘게 입히고 꾸며서 데리고 다닐 줄 알았어요."
이 얘기를 듣고 얼마나 빵 터졌던지.
한강에서 열린 페스티벌에 따라나섰던 아이들은 평소에 편하게 입던 느슨한 옷 착장에 여느 때처럼 단순한 포니테일로 그나마 다 흘러내려 남들 보기엔 후줄근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응, 나는 내 옷만 사. 애들은 크면 알아서 예쁜 옷 많이 사 입겠지 뭐."
나도 한때 인형놀이하듯 아이들 옷사기에 심취했던 때가 있었다.
출산휴가 중 외출도 못하고 답답한 마음에 외국 직구 사이트를 시간 날 때마다 들락거렸던 나.
알록달록 화사한 색감하며 여자 아이들 옷은 왜그리도 다 예뻐 보이는지 2주마다 수십벌의 옷을 외국에서 배송받다 얼마 안가 뼈져린 후회를 했다.
아무리 예쁜 옷이라도 백일 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갈 일이 별로 없는데 0-3m 사이즈 옷을 살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6-12m도 마찬가지였다. 돌 전에는 그저 내복이 최고라는 진리를 쓰잘데 없는 지출을 어마어마하게 한 끝에 깨달았다.
아이들 옷은 최대한 얻어 입히고 사야할 옷이 있을 땐 세일기간을 이용해 쇼핑한다.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다'
지난 달에도 쇼핑은 내 위주로, 하지만 아직 브랜드를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아울렛 매대에서 특가 세일 옷 맘껏 고르는 행복을 선물했다.어느날인가 딸이 "엄마는 예쁜 옷이 많아서 좋겠다"고 하길래 "너희들은 앞으로 예쁜 옷 입을 날들이 많아"라고 당당히 말해줬다.워킹맘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격주로 '네이버 부모i'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헤어스타일 관리가 귀찮아서 수십 년간 단발을 유지해 왔는데 딸맘이 됐다고 손재주가 하루아침에 좋아지지 않았다. 아무리 묶는다고 묶어 줘봐야 얼마 안 가 사극 '추노' 주인공처럼 '대역 죄인' 스타일이 돼 있기 일쑤다.어느 날 할머니와 교회에 다녀온 딸의 머리가 이마 가운데서부터 머리끝까지 곱게 땋아 내려져 있었다. 어찌나 예쁘고 단정한지 아이 얼굴까지 단정하고 화사해 보였다.
"엄마 나 겨울왕국 엘사 같지?"라며 신나하는 딸을 보는 순간 조금만 신경 써서 꾸미면 이렇게 예뻐 보이는데 내가 손재주가 없다는 핑계로 너무 방치했었구나 싶어 반성이 됐다.
그나마 한 때 단발머리였을땐 괜찮았는데 공주병에 걸린 딸들은 머리가 길면 무조건 예쁜 줄 알고 절대 자르기 싫다고 성화다.그 다음날 아침 굳은 각오로(?) 아이를 앉히고 머리땋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아이 머리 땋아내리는 작업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유튜브를 보고 흉내를 내봤지만 여기저기 삐져나오고 붕 떠서 내가 봐도 웃음이 나왔다. 교회 어머님이 땋은 머리와는 완성도부터 달랐고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급해지니 더욱 볼품없어졌다.
하는 수 없이 오늘 콘셉트도 '내추럴 포니테일'이다.
이것저것 핀을 사서 꼽아 줘봐도 왜 제자리에 있질 않고 항상 귀 옆으로 내려오는 건지, 당겨 묶으면 아프다고 난리, 느슨하게 묶으면 다시 '대역죄인'. 아침마다 전쟁이 따로 없다.아 모르겠다. 내가 언제부터 아이들 스타일에 신경 썼다고.
신발을 사러 간 백화점에서 아이가 마네킹이 입고 있는 드레스를 입겠다고 졸라댔다.
가격도 만만치 않았지만 활용도도 떨어질 것 같아 망설였는데 아이의 요구는 너무 강렬했다.큰맘 먹고 사준 그 옷을 아이는 딱 한 번 입고 그 후 만지지도 않았다.
'아 아까워. 그 돈이면 내가 네일샵 몇 번은 갔을텐데.'
낭비도 이런 낭비가 어디있나.
크면 시키지 않아도 멋부리고 꾸밀 텐데 금방 크는 아이 옷 사는 대신 역시 내 모습이나 신경 쓰자 결심했다.
그러던 어느날 외부 행사에서 우리 딸들의 모습을 본 후배가 직언을 날렸다.
"딸만 둘이라길래 아이들도 선배처럼 예쁘게 입히고 꾸며서 데리고 다닐 줄 알았어요."
이 얘기를 듣고 얼마나 빵 터졌던지.
한강에서 열린 페스티벌에 따라나섰던 아이들은 평소에 편하게 입던 느슨한 옷 착장에 여느 때처럼 단순한 포니테일로 그나마 다 흘러내려 남들 보기엔 후줄근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응, 나는 내 옷만 사. 애들은 크면 알아서 예쁜 옷 많이 사 입겠지 뭐."
나도 한때 인형놀이하듯 아이들 옷사기에 심취했던 때가 있었다.
출산휴가 중 외출도 못하고 답답한 마음에 외국 직구 사이트를 시간 날 때마다 들락거렸던 나.
알록달록 화사한 색감하며 여자 아이들 옷은 왜그리도 다 예뻐 보이는지 2주마다 수십벌의 옷을 외국에서 배송받다 얼마 안가 뼈져린 후회를 했다.
아무리 예쁜 옷이라도 백일 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갈 일이 별로 없는데 0-3m 사이즈 옷을 살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6-12m도 마찬가지였다. 돌 전에는 그저 내복이 최고라는 진리를 쓰잘데 없는 지출을 어마어마하게 한 끝에 깨달았다.
아이들 옷은 최대한 얻어 입히고 사야할 옷이 있을 땐 세일기간을 이용해 쇼핑한다.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다'
지난 달에도 쇼핑은 내 위주로, 하지만 아직 브랜드를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아울렛 매대에서 특가 세일 옷 맘껏 고르는 행복을 선물했다.어느날인가 딸이 "엄마는 예쁜 옷이 많아서 좋겠다"고 하길래 "너희들은 앞으로 예쁜 옷 입을 날들이 많아"라고 당당히 말해줬다.워킹맘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격주로 '네이버 부모i'에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