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의 5G탐험] 자동차가 '대세' 디바이스 된 까닭

글로벌 가전·모바일 전시회 주인공된 車
자동차 기업 CEO 기조연설 이어져
이통사, 5G 자율주행차 선 봬
사진=SK텔레콤
자동차가 전 세계적으로 열리는 전시회장에서 주인공이 된지는 꽤 됐다. 언제부터인가 자동차는 CES(전자제품), MWC(모바일·이동통신), IFA(가전) 박람회의 필수 전시품으로 등장했다.

자동차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이들 박람회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모습도 자연스럽다. 2016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서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궁극의 모바일기기; 우수한 타임머신으로서의 자동차'를 주제로 기조 연설을 마쳤다. 올해 6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ES 아시아에서 기조 연설을 하며 모빌리티 기술 혁신을 강조했다.자동차가 '대세' 디바이스(기기)로 떠오른 이유는 5세대(5G) 이동통신과 무관하지 않다. 자율주행차, 인포테인먼트, 커넥티드 카 등 자동차와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하는 시도는 오래됐지만, 5G는 초고속·초연결성을 특징으로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예를 들어 커넥티드 카는 차량과 차량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주행 거리를 조절하고 원격으로 차량을 제어하기도 한다. 5G는 이 때 차끼리 주고 받는 방대한 데이터 전송을 쉽게 해줄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신호를 주고받는 차와 차를 연결하고, 사물인터넷(IoT)과 자동차를 연결해주는 역할도 LTE(롱텀에볼루션)보다 5G가 수월하게 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5G 시대를 준비하는 이동통신사의 발길도 분주해졌다. 국내 이동통신사는 자동차를 미래의 핵심 디바이스로 보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5G 자율주행차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또 자율주행차의 핵심 기술인 V2X(차량사물통신) 기반 시범 서비스 운행도 하고 있다.최근에는 홈투카(Home to car)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간단히 말해 집에서 자동차를 제어한다는 말이다. SK텔레콤과 KT는 최근 현대‧기아차와 제휴해 음성으로 차량을 제어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공지능(AI) 스피커에 "아리아, 시동 걸어줘", "지니야, 차 온도 20도로 맞춰줘" 등을 말하면 차가 원격 제어 되는 식이다.

이 밖에 자동차와 ICT 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카 인포테인먼트 산업도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카 인포테인먼트 사업 일환으로 T맵 고도화에 힘을 쏟고 있다. 주행 중 도로상황과 운행정보를 반영해 정체 구간에서는 음악, 라디오 듣기를 추천하는 기능이 3일 도입됐다.

지난 4월, 국내 한 이동통신사의 고위 임원은 자율주행차 관련 간담회에서 "자동차는 통신 단말이라고 생각한다. 휴대폰이 아니고 다양한 단말들이 통신 시장이 되는 건데, 사물인터넷 시장 중 하나가 자동차라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미래 이동통신 시장의 고객으로 자동차를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다. 모바일보다 자동차가 디바이스로 각광받을 5G 시대가 머지 않아 보인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