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내 일정 산적… 9·9절 방북 어려울듯

소식통 "공관에 통보 없어…왕후닝 상무위원 방문 가능성 커"
中외교부 "현재 중국 지도자 방북 관련해 제공할 소식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연기로 북미협상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9·9절)을 맞아 방북설이 제기됐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9·9절을 앞두고 중-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등 중국 정상 외교 일정이 산적한 데다 미중간 무역 및 외교 갈등, 북핵 협상 지연 등 대외 변수까지 적지 않다는 점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3일 베이징 외교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현재 시 주석의 방북과 관련해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은 2001년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이 방북할 당시에는 일주일 전 공식 발표를 한 바 있다.또 관련국 공관에도 공식 발표 사흘 전에 사전 통보가 이뤄졌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시 주석 또는 중국 대표단의 9·9절 방북 가능성에 대해 "중국 지도자가 북한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일에 대해 현재 제공할 정보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 외교소식통은 "과거 사례를 보면 통상 일주일 전 공식 발표가 나왔으나 현재 중국은 외교역량을 중-아프리카 협력포럼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실제 이날 개막하는 중-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에는 아프리카 54개국 중 53개국이 참가했고, 일부 국가는 오는 9일까지 국빈방문 일정을 발표한 상태다.

이 외에도 모나코 국왕이 5일부터 8일까지 국빈방문을 할 계획이 잡혀있는 등 중국 국내 정상외교 일정이 산적해 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배후설'을 거론하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잠정 중단한 상황에서 시 주석이 방북하는 것은 외교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시 주석을 대신해 다른 고위급 인사가 방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외교소식통은 "만약 시 주석 대신 누군가가 간다면 관행대로 며칠 전에 사전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일주일 전 방문 일정을 발표하는 국가주석과 달리 다른 고위급 인사의 경우는 일정한 규칙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뒤 방북한 최고위급 중국 인사는 당시 권력서열 5위였던 류윈산(劉雲山) 상무위원으로, 2015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창건 70주년 경축 열병식에 참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9·9절에는 시 주석 대신에 특사가 파견된다면 서열 5위인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상무위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왕 상무위원은 올해 세차례 북중 정상회담에 배석해 현안을 꿰뚫고 있다는 점에서 신빙성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