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세 前 佛 국가개혁담당 장관 "풀뿌리 자치 기반의 강한 지방정부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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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지방분권 혁신' 소개한 플라세 前 佛 국가개혁담당 장관“중앙정부는 국가 간 또는 굵직한 사안에 더욱 집중하면서 지방정부에 재량권을 주는 ‘권력 분권’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한국계 출신으로 규제개혁 맡아
'韓지방자치학회 학술대회' 참석
"지자체 분권 온전히 누리기 위해선
중앙정부로부터 재정 권한 독립돼야"
장 뱅상 플라세 전 프랑스 국가개혁담당 장관(사진)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전, 환경, 무역 등 다양한 이슈를 둘러싼 국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중앙정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풀뿌리 민주주의 기반의 강력한 지방정부가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플라세 전 장관은 2011년 프랑스 녹색당 소속으로 상원에 입성했다.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서 국가개혁담당 장관을 맡아 규제개혁 작업을 이끌었다. 지금은 지방의회 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한국지방자치학회가 주최하고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한국지방재정공제회 등이 후원해 지난달 30, 31일 열린 ‘한국지방자치학회 하계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기조연설을 통해 민선 7기 지방자치 시대를 맞은 한국에 프랑스 지방정부의 변화와 혁신 방안을 소개했다.
플라세 전 장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가 다시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의 하나로 지방분권을 꼽았다. 그는 “프랑스 정부가 나폴레옹 시대로 대변되는 중앙집권적 체제에서 벗어난 게 불과 몇십 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1982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 지방분권 바람이 일기 시작했고, 2003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통해 지방분권을 명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렸다”고 소개했다.플라세 전 장관에 따르면 1982년부터 2003년까지 프랑스에서 지방분권과 관련해 제정된 법률은 40여 개에 달한다. 이를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조세를 징수하고, 과세표준과 세율을 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지자체가 스스로의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명령권을 가진다’고 규정한 자치입법권도 생겼다.
플라세 전 장관은 “지방분권과 관련된 모든 권한을 지자체가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로부터 독립된 재정 권한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가령 남은 의료 보조금을 부족한 학교 보조금으로 활용하는 것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플라세 전 장관은 “성당을 중심으로 형성된 3만6000여 개 코뮌(한국의 읍·면에 해당)이 프랑스 풀뿌리 주민자치의 토대를 닦았다”며 “코뮌에 대한 애착이 지방분권형 개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평창=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