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입법 '최대 격전지' 정무위… 與 강경파 반대, 野선 "더 풀자"

막오른 정기국회

당내 강경파 설득 못하는 與
대통령이 '규제개혁 1호' 꼽은 인터넷은행 특례법 처리
박영선 등 반대로 당론도 못정해

한국당은 "규제 대폭 완화"
"규제샌드박스에 숨은 규제 있다"
행정규제기본법 與와 입장차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에 반대
문희상 국회의장이 3일 국회에서 열린 9월 정기국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정기국회는 이날 개회식 및 1차 본회의를 시작으로 6일까지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국정감사(10월10∼29일)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한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와 규제 샌드박스법 등 ‘입법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정무위원회가 20대 후반기 국회의 최대 ‘화약고’로 부상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 강경파의 반발과 야당과의 견해 차이 등 ‘내우외환(內憂外患)’에 빠져 민생·경제법안의 패키지(연계 처리) 처리가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목소리 커지는 여당 내 강경파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3일 “정기국회에서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할 인터넷은행 특별법에 대한 당론조차 명확히 세우지 못했다”며 “야당인 자유한국당과의 이견이 좁혀지기는 하지만 법안 처리까진 난항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의 적극적 역할 수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규제완화 차원에서 은산분리 완화를 허용키로 했지만 정작 당내 박영선, 제윤경 의원의 반대로 내부 단속조차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법안은 제한적 은산분리 완화에 관한 인터넷은행법은 인터넷은행에 한해 현행 4%로 제한된 정보통신기술(ICT) 자본의 은행 의결권 지분 보유를 34%까지 넓혀주는 내용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영국의 19세기 자동차 규제 법안인 ‘붉은 깃발법(red flag act)’ 논리를 누가 제공했는지 등 청와대를 향한 불만도 의원들 사이에서 나왔다”며 “계파 색이 옅은 강경파를 중심으로 당·청 간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열린 당·정·청 전원회의에서도 이 같은 기류는 이어졌다. 박영선 의원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일부 해제하자고 하니 한국당은 ‘모든 재벌이 그린벨트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해주지 않으면 안 하겠다’고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경파의 반대로 여야 협상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야 지도부는 ‘금융 당국 인가를 거쳐 실질적으로 ICT 기업에만 허용한다’는 절충안에 근접했지만 강경파는 여전히 시행령에 ‘대기업 제외’를 넣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당 “규제 더 풀어야”

‘규제 샌드박스 4법’을 총괄하는 성격의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은 여야 간 견해차가 분명하다. 이 법안은 신산업이나 지역별 전략산업에 대한 규제를 ‘포지티브(원칙적 금지, 예외 허용)’ 방식에서 ‘네거티브(원칙적 허용, 예외 규제)’로 바꾸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4법엔 지역특구법, 정보통신융합법, 산업융합촉진법, 금융혁신지원특별법 등 4개 샌드박스 법안이 있다.

한국당은 민병두 의원이 낸 이 법안이 신산업 분야를 사실상 샌드박스 4개 법안의 특정 분야로 한정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국당 정무위 간사인 김종석 의원은 “해당 분야 규제를 하는 장관이 동시에 규제 완화 인가권을 갖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며 “규제 해제는 국무총리가 총괄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두고도 여야의 화력 공방이 오고갈 전망이다. 민주당과 정부는 지난달 21일 경제민주화를 촉진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 일감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 적용 대상을 현행 상장사(총수 일가 지분 기준) 30%, 비상장 20%에서 상장과 비상장 모두 20%로 낮추기로 했다. 김용태 한국당 의원은 “예외 규정을 두지 않는 건 부정적 효과가 너무 크다”며 “정기국회에서 총력 반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종석 의원은 전속고발권 폐지 등에 대해 “아직 법안이 정부에서 넘어오지 않았지만 지적할 부분이 많다”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섭/박종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