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록소년단' BTS의 성공비결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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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탐구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두 번째 정상에 오르며 K팝 역사를 새로 썼다. 미국 음악전문 미디어인 빌보드 인터넷판은 지난달 24일 발매된 방탄소년단의 4집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LOVE YOURSELF 結 ANSWER)’가 빌보드 앨범차트인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고 3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지난 5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LOVE YOURSELF 轉 Tear)’로 ‘빌보드 200’ 정상을 처음 밟은 지 3개월 만에 세운 진기록이다.
3개월 만에 美 빌보드 앨범차트 '두 번째 정상'
Autonomy 자율·책임
멤버들 각자 음악 제작
방시혁 빅히트엔터 PD
"하고 싶은 것 맘껏 해라"
Beyond border 脫경계
외국 작곡가와 협업 강화
UK 퓨처힙합·라틴 팝 등
글로벌 트렌드 적극 반영
Consumer biz 서비스
아이돌 사업은 서비스업
고객 맞춤형 음악 서비스
스태프도 철저히 시스템화
닐슨뮤직에 따르면 이 앨범은 지난달 30일까지 한 주 동안 총 18만5000점(음반판매량,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수 등으로 점수 집계)을 획득했다.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은 한국 최초로 2개의 1위 앨범을 보유한 아티스트가 됐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의 핵심 경쟁력이 무엇인지에 세계 음악계와 미디어가 주목하고 있다.멤버 자신들의 이야기로 팬들과 소통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글로벌 팬들로부터 공감을 얻는 가장 큰 이유로는 멤버들이 각자 성장과정의 아픔과 고민을 진정성 있게 담아냈다는 점이 꼽힌다. 이는 멤버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한 결과라는 평가다.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겸 프로듀서는 멤버들의 자발성을 키우기 위해 아이돌 소속사 특유의 통제를 하지 않고 자유와 함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훈련 기간에도 휴대폰을 뺏거나 통금시간을 두지 않았다. 멤버들이 각자 음악을 만들도록 목표를 주고 자기 방식대로 연구토록 했다. 저마다 안무를 짜오면 그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식이다. 멤버 전원이 작사·작곡에 참여해 자기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하고 있다. 방 대표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라. 대신 발전이 없으면 나가라”고 멤버들에게 강조했다.대부분의 아이돌그룹이 소속사(기획사)의 스케줄대로 맹훈련하는 것과 달리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각자 매니저와 협의해 연습 일정을 조정한다. 멤버들이 직접 음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 스케줄도 관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철저한 글로벌 마케팅
방 대표는 “산업적으로 의미 있는 회사로 키우고 싶었다”며 “아이돌그룹을 선택한 것도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였다”고 평소 말해왔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음악에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해야 했다. 빅히트엔터는 라틴 팝,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UK퓨처힙합 등을 중심으로 여러 장르를 혼합해 새로운 음악을 내놓는다. 해외 음악 마켓에도 직원들을 보냈고 외국 작곡가들과 협업 체제도 강화하고 있다.‘러브 유어셀프’ 앨범 수록곡들은 이모 힙합, 팝 발라드, UK퓨처힙합, 라틴 팝 등 최신 변종 장르들로 채워졌다. 3집에선 11곡 중 5곡을 해외 작곡가들과 협업했다. 이번 4집은 7개 신곡 중 3곡을 해외 작곡가들과 함께 만들었다. 외국 곡들은 해외 시장에서 잘 먹힐 뿐 아니라 공연하는 데도 유리하다.
아이돌은 서비스업
빅히트엔터는 아이돌그룹 사업을 ‘예술’이라기보다 ‘서비스업’을 하듯 한다. 명확한 타깃 소비자를 정하면 그 소비자가 원하는 음악적 취향도 명확해진다. 소비자가 원하는 덕목을 아이돌그룹이 갖췄을 때 구매 행위가 일어난다고 믿는다. 일반 가수가 ‘예술작품’이라면 아이돌그룹은 ‘상품’에 가깝다는 얘기다. 소비자를 찾아 나서기 위해 영상과 캐릭터, 게임, 캠페인 등 여러 다양한 미디어를 넘나드는 모험도 감행한다.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를 유니세프와 펼치는 캠페인 ‘러브 마이셀프’와 접목한 게 대표적이다. 또 ‘뛰어난 상품’을 만들자면 잘 조직된 전문가들의 집단지성이 필요했다. 빅히트엔터는 스태프 조직을 철저히 시스템화하고 있다. 방 대표는 자신이 없는 상황을 가정하고 스태프들을 계속 단련한다. 자신의 감각이 언젠가 퇴화할 것인데,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