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수·이솝·러쉬… 스파 매장에 꽂힌 뷰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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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넘어 '경험' 판매뷰티업계에 ‘스파’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브랜드들이 스파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호주 ‘이솝’ 등 글로벌 브랜드가 잇달아 한국에 스파 매장을 내고 있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테스트 베드’로 부상한 한국 시장에서 스파 프로그램의 사업성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일본인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 수요까지 가세해 스파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K뷰티 주도' 한국 여성 공략
中·日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
설화수 스파, 이용객 30%↑
동인비는 부산에 매장 열어
글로벌 브랜드도 잇단 진출
◆글로벌 브랜드도 한국에서 첫선호주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은 지난달 얼굴 관리 스파 프로그램 ‘페이셜 어포인트먼트’를 서울 한남동 매장 2층에 선보였다.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이솝 제품만으로도 얼굴 관리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한 달 이상 기다려야 예약이 될 정도로 인기다. 비용은 60분에 13만5000원, 75분에 16만원이다. 일반 마사지숍(1시간에 7만~13만원대)에 비하면 크게 비싼 편은 아니어서 이왕이면 글로벌 브랜드를 체험하려는 수요가 잇따르고 있다.영국 뷰티 브랜드 ‘러쉬’도 스파를 강화하고 있다. 인도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 요법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한 ‘카마’ 프로그램을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들여왔다. 지난달 처음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2명의 전문 테라피스트가 4개의 손으로 65분 동안 진행하는 고급 전신 마사지다. 레몬그라스, 오렌지, 소나무 오일 등으로 만든 마사지 비누를 녹여서 사용한다. 65분에 35만원의 고가이지만 최소 1주일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이다희 러쉬 스파 경리단길점 매니저는 “K뷰티를 체험하기 위해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아시아 중 한국에서 가장 먼저 스파 프로그램을 내놨다”며 “러쉬 스파의 매출은 지난 1년(2017년 7월~2018년 6월) 동안 전년보다 14% 늘었다”고 말했다.
◆스파로 ‘경험 마케팅’ 강화국내 업체들도 ‘경험 마케팅’ 차원에서 고급 스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가치소비’ 트렌드를 고려해 단순히 화장품을 판매하기보다는 브랜드 체험에 중점을 둔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2008년부터 일찌감치 프리미엄 스파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2016년부턴 서울 청담동에 설화수 플래그십스토어를 열고 본격적으로 스파 사업을 키웠다. 올 들어 작년보다 30% 이상 이용자가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보통 두 달 전에 예약해야 하고 내국인은 평일엔 2주 전에, 주말엔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관광객 사이에선 한방 화장품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경험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게 설화수 측 설명이다. 인삼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으로 관리해주는 ‘인텐스 진생 저니’(90분·25만원)의 인기가 가장 높고 여러 프로그램을 골라 70분으로 구성한 15만원짜리 프로그램을 찾는 사람도 많다.
설화수 스파 관계자는 “최근엔 모녀가 함께 오거나 혼자 오는 직장인 여성이 많아졌다”며 “홍콩 중국 대만 베트남 등에서 설화수 스파를 경험한 뒤 한국에 왔을 때 이용하려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도 뛰어들었다. 지난달 23일 프리미엄 스파 ‘스파 1899’를 부산 해운대에 열었다. 홍삼 화장품 브랜드 ‘동인비’에 이어 스파 사업을 키우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회사는 기존에 정관장 스파로 운영하던 서울 대치점, 명동점도 스파 1899로 바꾸는 등 리뉴얼에 들어갔다. 안빈 KGC인삼공사 화장품사업실장은 “동인비를 경험할 수 있는 고급 스파 프로그램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있다”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