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엔진 꺼지자 소득까지 줄었다… '저성장 → 저소득' 고착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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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성장률 0.6% 그쳐…올해 2.9% '빨간불'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국 기업과 국민, 정부가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전체 소득이 1분기보다 적었다는 얘기다. 경기 침체와 투자 감소, 대외 여건 악화 등으로 성장 엔진이 식으면서 그 여파가 소득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총저축률은 15분기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소비·투자 모두 침체
민간소비 18개월 만에 최저
건설투자 2.1%·설비 5.7% ↓
제조업 증가율 0.6%로 '뚝'
국민들 지갑 얇아졌다
실질GNI 반년만에 마이너스
'벌이'는 줄고 '쓰임새' 늘어
저축률 15분기 만에 최저
◆수입 줄어 역성장 겨우 면했다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97조9592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7월 발표된 2분기 속보치(0.7%)보다도 0.1%포인트 낮아졌다. 한은 관계자는 “속보치보다 건설투자, 수출, 수입이 모두 줄어든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1.4%로 뛰었다가 4분기엔 -0.2%로 고꾸라졌다. 올해는 1분기에 1.0% 성장세로 돌아섰지만 2분기 0%대로 내려앉은 것이다.부문별로 보면 투자와 소비가 모두 침체됐다.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는 0.3%씩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각각 1년6개월 만에, 3년3개월 만에 최저치다. 투자 쪽은 더 심각했다. 건설투자는 2.1%, 설비투자는 5.7% 감소했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도 0.7% 줄었다. 이들 투자가 모조리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12년 2분기 후 처음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생산 증가율이 1분기 1.6%에서 2분기 0.6%로 떨어졌고 건설업은 2.1%에서 -3.1%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도 1분기 1.1%에서 2분기 0.5%로 반 토막이 났다. 경기를 떠받쳐온 수출 증가율(0.4%) 역시 크게 둔화되는 추세다. 수입은 3% 줄었다. 6년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세다.
전문가들은 2분기 경제 성적표가 최근의 내수 침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가 0.7% 역성장하는 동안 순수출이 1.3% 늘어 겨우 0.6% 성장률을 맞출 수 있었다”며 “게다가 순수출 증가는 수출이 주도했다기보다 내수 불황 때문에 수입이 크게 감소해서 가능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수입 감소가 아니었다면 마이너스 성장을 했을 것이란 얘기다.◆‘저성장 주도 저소득’ 뚜렷
성장 둔화는 교역 악화 등과 맞물리면서 국민의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2분기 실질 GNI(계절조정기준)는 전 분기보다 1.0% 감소했다. GNI는 한 나라 국민이 일정 기간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소득 등을 합친 지표다. 실질 GNI는 작년 4분기 -1.2%에서 올해 1분기 1.3%로 개선됐으나 반년 만에 다시 고꾸라졌다.
국민의 호주머니 사정이 악화되면서 총저축률(국민의 처분가능 총소득에서 최종소비지출을 제외한 나머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3분기 37.0%에서 3분기 연속 떨어져 올 2분기엔 34.6%에 그쳤다. 국민의 ‘벌이’를 뜻하는 처분가능소득의 증가세가 ‘쓰임새’를 뜻하는 최종소비지출 증가세를 3분기 연속 밑돌고 있어서다. 벌이는 적어지는데 쓰임새가 늘어나다 보니 여윳돈은 줄고 있다는 얘기다. 소득을 늘려 성장을 이끈다는 ‘소득주도성장’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저성장이 저소득을 주도하는 ‘저성장 주도 저소득’이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상반기 성장률을 작년 동기와 비교하면 2.8%다. 올해 정부가 목표로 한 2.9% 성장이 가능하려면 3, 4분기 성장률은 각각 0.91∼1.03% 정도가 돼야 한다. 민간 전문가들은 현재 경제상황만 놓고 보면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 한은이 10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도 나온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