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핀란드 '핑거' 훈련 프로그램… 약물 복용없이 치매 발병 3년 늦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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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국가책임 선언 1년치매가 중요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세계 각국이 치매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등의 치매 치료제 개발 프로젝트가 잇따라 좌초하면서 최근에는 치매 예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치매예방 프로그램 보니
인지훈련·근육운동·식이요법에
박물관 견학 등 사회교류 곁들여
日선 근력운동하며 머리 쓰는
코그니사이즈 프로그램 개발
치매 예방 프로그램으로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2012년부터 7년째 가동하고 있는 ‘핑거(FINGER)’가 대표적이다. 양국 정부가 약 1조원의 자금을 지원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핑거 프로그램의 목표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치매 발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묵현상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은 “핑거 프로그램에 참여한 16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더니 치매 발병이 3년 이상 늦춰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치매 위험 노인에게 처방하는 ‘아리셉트’가 최대 1년 정도 치매를 늦추는 것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결과”라고 말했다.핑거 프로그램은 총 다섯 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컴퓨터를 활용한 인지 훈련, 치매 예방 효과가 있는 근육 운동, 저지방 식단 위주의 식이요법,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 관리, 어린이집·학교·박물관 방문 등 사회적 교류 활동 등이다. 프랑스, 중국, 일본, 미국 등 7개국이 이 프로그램에 주목하고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이들 국가는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고 있다. 묵 단장은 “효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국내 치매 예방 프로그램과 달리 핑거는 4년의 임상시험과 3년의 추적관찰을 거친 과학적인 프로그램”이라며 “한국도 요양시설 확대나 치료제 개발에만 치우치지 말고 체계적인 치매 예방 프로그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임상적 근거가 있는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NCGG)는 운동과 인지기능을 함께 높이는 코그니사이즈(cognicise) 운동을 개발했다. 근력 운동을 하면서 머리를 쓰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흐름은 민간으로 확대됐다. 일본의 피트니스클럽인 코나미스포츠클럽, 르네상스스포츠클럽 등은 두뇌활성화 코스 등을 운영한다. 구몬학습은 치매 환자의 뇌 기능 유지, 개선, 치매 예방을 위한 비약물요법 과정을 내놨다. 기억력, 행동감정 억제 등의 기능을 학습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치매 환자와 보호자가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인 치매카페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치매카페는 650여 곳이다. 치매 환자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공간이다. 치매 환자 치료를 돕는 공간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치매케어 시장 규모는 2016년 2300억원에서 2020년 433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유/이지현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