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산업 이끄는 대구한의대… 화장품 클러스터 성공모델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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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미래산업 전략'경상북도와 경산시는 화장품 특화생산수출산업단지와 글로벌 코스메틱 비즈니스센터(산업지원센터) 설립을 위해 16만㎡ 규모의 화장품산업 집적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다음달 착공해 2020년 9월 준공 예정이다. 이 수출단지에는 20개사를 수용할 수 있지만 50개사가 몰렸다. 경상북도와 경산시는 18만㎡의 제2 화장품 특화단지 추가 조성에 나섰다.
대구한의대 13년간 산학협력
70여개 화장품기업 성장 지원
경산에 화장품산업 집적단지
지자체·지역기업과 구축 협력
전국 산업단지 가운데 분양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곳이 수두룩하지만 경산 화장품 특화단지는 예외다. 비결은 대구한의대(총장 변창훈·사진)에 있다.
대구한의대는 2006년께부터 경북의 미래 산업에 대해 고민했다. 섬유와 자동차, 전자, 식품 위주인 경북의 산업은 10년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학교가 선택한 산업은 천연물을 활용한 바이오와 화장품이었다. 미국 콜마는 200년, 스위스 로슈는 50년 전부터 바이오산업에 집중해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대구한의대는 이때부터 바이오와 화장품을 결합한 아시아 최고의 대학을 목표로 과감한 투자를 했다. 이미 한의약 천연물 연구에 관한 20년 전통과 강점을 살린 선택이었다. 이창언 화장품공학부 교수는 “바이오와 화장품산업은 대기업 없이도 중소기업과 대학,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글로벌 기업을 키워내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지난 13년간 대구한의대는 70여 개 화장품 기업을 키워냈다. 신생활화장품(대표 안봉락)은 조 단위 매출을 내는 중국 메이저 화장품 브랜드로 성장했다. 코스메랩(대표 박진영)과 제이앤코슈(대표 장유호)는 연매출 300억~500억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대구한의대는 매출 10억원 안팎의 벤처기업 60여 개도 육성하고 있다.
대구한의대는 이들 기업의 해외 판로를 완벽하게 지원하기 위해 베트남, 태국, 몽골의 메이저그룹과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베트남에서는 걸그룹, 파워블로거와 함께 경상북도의 화장품 공동 브랜드인 클루앤코를 홍보하고 있다.
대구한의대의 산학협력 성공 사례가 알려지자 국내 기업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세계적 명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 C사, A그룹까지 찾아와 제품 개발을 의뢰하고 있다. 국내외 화장품 기업은 대구한의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도 벌이고 있다. 일부 기업은 재학생의 석·박사 교육비까지 지원하며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미리 채용했다. 18년 전 30명이 재학하던 화장품약리학과는 단과대학인 바이오산업대학(화장품공학, 화장품소재공학 등 7개 전공)으로 발전했다. 의과대학 뷰티케어학과, 웰니스융합대학 향산업전공까지 9개 전공 380명으로 늘어났지만 이들에게 취업난은 남의 나라 얘기다.이런 성공 모델이 탄생한 것은 대구한의대의 독특한 정책 덕분이다. 변창훈 총장은 기업과의 공동 연구에 필요한 고가 장비와 실험실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대구한의대는 기업에 기술지원을 하면서 기술이전료를 받는 대신 학생들이 마음껏 실험할 수 있도록 재료를 무한정 공급받고 학생과 기업이 함께 연구하도록 했다. 학부 학생이지만 글로벌 기업 연구원 부럽지 않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다. 13년간 대학이 앞장서 기업의 해외 진출을 내 일처럼 돕고 일자리를 창출한 결과 경산에 화장품산업 ‘자립형 산업 집적 모델’이 탄생했다.
대구한의대와 경상북도는 경산에 화장품생산단지와 수출종합지원센터가 완공되면 천연물 소재 바이오화장품 개발을 위한 국제 수준의 연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구한의대, 포스텍(융합생명공학부), 가속기연구소,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 등 지역연구기관이 함께 참가하는 연구개발 융합 클러스터다. 글로벌 화장품 국제시험인증센터, 복합혁신소재 인공피부산업화 해양기능성 화장품 사업화연구개발(R&BD)센터 등이 구축돼 세계적인 화장품산업 거점이 된다.
변 총장은 “아시아 최고의 K뷰티 융복합산업단지 캠퍼스와 글로벌 화장품산업의 집적단지가 완성된다”며 “지역대학이 앞장서서 지자체, 기업, 연구기관과 함께 국가의 미래 신산업을 육성하고 세계적인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최초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경산=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