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 '장비나눔'… 전력반도체 新산업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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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미래산업 전략'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가운데 전력반도체나 사물인터넷(IoT) 센서, 나노기술이 융합된 기술개발 사업들은 전문성의 깊이만큼이나 시간과 비용의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하나의 기술이 온전한 기술로 제품화하기까지는 최소 10년의 긴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입주기업에 첨단장비 제공
新산업 육성 모델로 주목
내년 첨단기술사업화센터 완공
벤처기업 20곳 육성할 계획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원장 조무현)은 지난 7월19일 입주기업인 파워테크닉스(대표 김도하)의 실리콘 카바이드(SiC) 전력반도체 국내 최초 양산 기념식을 열었다. SiC 전력반도체는 미국 일본 독일의 일부 선진업체만 생산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국내에서도 양산이 시작됐다. 이 회사는 올해 연매출 100억원, 2021년에는 6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신훈규 나노융합기술원 본부장은 “파워테크닉스의 SiC 반도체 시장 진입은 연구개발(R&D) 성과를 기술사업화로 연결하기 위한 장비 나눔과 기술지원 등 독특한 기업 지원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나노융합기술원은 첨단장비와 클린룸, 기업 입주공간을 제공해 강소기업들이 포항에서 둥지를 틀 수 있도록 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SiC 전력반도체 핵심원천기술을 이전했고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은 다년간 개발해온 SiC소재 웨이퍼를 제공했다. 민간기술평가업체인 큐알티는 시험 생산된 전력반도체의 신뢰성 평가를 해주는 등 협업으로 이뤄낸 성과다.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의 ‘장비나눔’과 ‘기술나눔’ 전략이 투자유치와 신산업 육성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전력반도체는 전력을 변환, 처리, 제어하는 시스템반도체로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자율주행차, 태양전지, IoT, 스마트팩토리 에너지변환소자 등 차세대 기술혁명의 핵심 부품이다. 2020년 세계 시장 규모 1조원, 2027년 10조원이다.원적외선을 활용한 마이크로센서를 기반으로 열영상 카메라를 지난해부터 본격 생산해온 유우일렉트로닉스(대표 한용희)는 센서칩을 생산하기 위한 웨이퍼를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의 장비를 사용해 생산한다. 2006년 회사를 설립해 10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제품 개발에 성공한 유우일렉트로닉스는 자사의 기술력을 알아본 투자자로부터 총 200억원을 투자받았지만 이런 장비가 구비된 클린룸을 마련하려면 500억원이 더 필요하다.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나노융합기술원은 정부 지원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지멤스로부터 2008년부터 2015년까지 500억원 규모의 반도체공정장비 총 57대를 받아 운영하고 있다. 높은 청정도를 유지하는 클린룸 시설을 갖추고 첨단장비를 활용해 4차 산업혁명형 기업의 기술 사업화와 양산을 지원해왔다. 폐기 처분되거나 중고로 팔려나갈 대기업 공정장비들을 효과적으로 운용함으로써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과 신산업 기업의 탄생을 도운 사례다. 나노융합기술원은 경상북도, 포항시와 내년에 첨단기술사업화센터를 완공해 20개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20개의 수도권 유망기업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포항에 유치할 예정이다.
나노융합기술원은 지난해부터 독일 프라운호퍼(IISB)와 SiC국제공동연구로 전력반도체의 핵심원천기술 개발 및 실용화를 위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장비 나눔에 국제공동연구 선진국과의 협업까지 더해 기업 유치와 기업 육성에 나섰다.신 본부장(포스텍-프라운호퍼IISB 국제공동연구센터장)은 “전국 지자체의 기업투자 유치 전략이 싼 용지를 공급하고 입주공간을 제공하는 수동적인 단계에 머물고 있다”며 “입주공간은 기본이고 연구개발 사업을 연계하고 기술 시설 장비 인력 등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야 자립적인 산업 클러스터가 구축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항 =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