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지사 "산업수도 경북 부활… 강소기업 혁신기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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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미래산업 전략'인구 77만 명으로, 일본의 47개 도도부현(광역자치단체) 중 인구가 가장 적은 곳 가운데 하나(43위)인 후쿠이현이 주목받고 있다. 가구당 소득은 월 640만원으로 일본 내 1위, 행복도 조사에서 3회 연속 1위, 학생 학력평가도 10년 넘게 1위를 달리고 있다.
4개 권역별 미래산업 육성
포항, 인공지능·빅데이터 초점
경산, 자동차부품·신소재 거점
구미, 스마트팩토리·5G 집중
영주, 첨단베어링산업 클러스터
대기업 의존형 산업 모델 아닌
자립형 산업집적모델 만들어야
후쿠이현 사바에시의 안경산업은 1990년대 저가의 중국산 제품이 대량으로 밀려들면서 한때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세계 최초로 티타늄 안경테를 개발해 수출한 사바에시 안경산업은 축적된 금속가공기술을 의료산업과 항공·광센서 분야 등에 적용하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성공적인 변신을 이뤄냈다.오태헌 경상북도 일본도쿄사무소장(통상투자 주재관)은 “세계 또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1위이거나 세계에서 오직 하나뿐인 기술을 가진 기업이 20개가 넘는다”며 “비결은 산·학·연·관·금(금융)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만들어 협력하고 자립형 생태계를 조성한 결과”라고 말했다.
후쿠이현의 유바도(사카이시)는 빵과 도넛을 자동으로 만드는 매직핸드, 사카세아도텍(사카이시)은 골프샤프트와 낚시도구, 오노야기공(에치젠시)은 전자동 대형 타이어 교환기 분야 세계 또는 일본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다. 샤르망(사바에시)은 고가격 안경테, 세렌(후쿠이시)은 인공혈관 기자재 분야 최고 기업이다. 후쿠이현은 맞벌이 비율(57%)과 정규직 비율(67%)도 모두 1위로 도쿄를 앞지르고 있다.
사바에시에서 공부한 뒤 대구에서 안경회사를 30년 넘게 운영한 김종식 디자인정책연구원 이사장은 “후쿠이현 사례는 인구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경북의 미래를 위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무조건 대기업에 의존하기보다는 지역의 강점을 살려 대학과 연구소, 지역 강소기업이 협력해 미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벤처기업과 대기업 신사업 부서가 찾아오게 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경북,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이철우 경북지사가 이끄는 민선 7기 경북호(號)가 출범했다. 이 지사는 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경북 중소도시와 농어촌에 활력을 심고 산업수도 경북의 부활을 위해 ‘경북 다시 대한민국의 중심으로’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이 지사는 경상북도 정무부지사와 10년간의 국회의원 활동을 바탕으로 경북을 강소기업 혁신 기지로 만들기로 했다. 경북을 동부해양권, 남부도시권, 서부산업권, 북부자원권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미래 산업을 육성한다. 4개 권역별로 혁신 주체들인 대학과 기업, 연구소,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업의 새로운 사업화에 적용해 혁신성장을 주도하는 전략이다.포항을 중심으로 한 동부해양권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2차전지 소재, 가속기 신약산업, 에너지산업을 선택했다. 경산 영천을 중심으로 한 남부도시권은 첨단 자동차부품과 탄소티타늄 등 신소재, 화장품산업의 새로운 요새로 부상했다. 구미를 중심으로 한 서부산업권은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구미전자정보기술원 등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팩토리, 하드웨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가전, 스마트팜 등에 초점을 맞췄다. 북부자원권은 바이오 백신산업과 영주의 첨단베어링산업클러스트 조성에 고삐를 당겼다.
미래 신산업 거점을 만들기 위해 경상북도는 ‘장비나눔’과 ‘기술나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포항의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은 대기업의 유휴 장비를 활용한 ‘장비나눔’ 전략으로 강소기업들을 키워 내고 있다. 나노융합기술원은 2008년부터 2015년까지 500억원 규모의 대기업 유휴 반도체 공정장비를 받아 클린룸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전력반도체와 적외선센서 방사광가속기 분야 기업을 유치해 강소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신훈규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 본부장은 “값싼 용지만으로 기업을 유혹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기업이 가진 기술을 사업화하고 양산 장비와 공간, 전문인력을 함께 제공하면서 지자체, 국가와 지방연구기관, 기업, 대학 등 4개 혁신 주체들이 스스로 미래 산업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구미의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삼성의 스마트팩토리 ‘기술나눔’으로 경북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한 발 나아가 중견기업의 기술나눔을 활용해 창업기업과 연계하면서 중견기업과 창업기업의 동반성장을 꾀하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자립형 산업집적모델을 만드는 데에는 대학의 변신과 역할이 절실하다.
포스텍 정보통신연구소와 경북인공지능거점센터는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산업화 거점이 되고 있다. 가속기연구소는 포항을 제약·바이오산업 거점으로 변신시키고 있다. 대구한의대는 30명 정원이던 작은 화장품학과가 단과대학으로 발전하면서 10억원대~조(兆) 단위 매출 기업까지 70개를 키웠다. 대구한의대는 화장품산업을 경산과 경북의 미래 유망 산업으로 키워 ‘자립형 산업집적모델’을 만들어 냈다.
영남 자동차벨트 중심에 있는 영천시 등 기초자치단체들도 가세했다. 영천시는 투자유치위원회를 발족하고 지역 연구개발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영천상공회의소는 지난달 29일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AI 교육을 했다.
장상길 영천부시장은 “영천이 자립형 산업집적모델을 만들기 위해 영천에 있는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경북차량용임베디드기술원, 바이오메디컬생산기술센터, 항공전자시스템기술센터 등 혁신 연구기관들과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북도의 스마트경제
경상북도는 지난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IBCA@ 철(鐵)전(電)차(車) 플랫폼 전략을 마련했다. 송경창 경상북도 일자리경제산업실장은 “철강 전자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IoT, 빅데이터, 사이버물리시스템(CPS), AI 등 4차 산업혁명 기반기술을 융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상북도는 민선 7기 시작과 함께 스마트인더스트리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의 성공적인 보급을 바탕으로 스마트경제 범위를 스마트팜, 스마트양식, 스마트시티로 확장시키고 있다. 경상북도는 지난달 2일 1600억원 규모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사업을 따냈다.이 지사는 “열정을 가진 혁신 주체들이 협업해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생태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경북을 위기에서 구하는 핵심”이라며 “4차 산업혁명 요소기술을 활용한 기업의 기술사업화와 경북의 혁신성장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