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원행정처 '비자금' 수사… 고위법관 격려금으로 사용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수억원, 행정처 금고에 현금 보관
'비선진료' 김영재 특허소송 자료 청와대에 보고…朴 '잘 챙겨보라' 지시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에 배정된 예산을 불법적으로 모아 고위법관 격려금 등에 쓴 정황이 포착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대법원이 2015년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수억원을 현금으로 모은 뒤 법원행정처 금고에 보관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담은 문건을 확보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일선 법원 재무담당자들로부터 전달받은 비자금을 금고에 보관하면서 상고법원 등 현안을 추진하는 각급 법원장 등 고위법관에게 격려금 조로 제공하거나 이들의 대외활동비로 지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당시 대법원 예산담당 직원은 검찰 조사에서 "비자금 조성과 사용이 문건에 적힌 대로 이뤄졌고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비자금은 모두 현금으로 지급됐고 조성 과정에서 허위 증빙서류까지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행정처는 증빙서류를 꾸미는 방법에 관한 지침도 문건으로 정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급여 등을 과다계상해 지급한 뒤 현금으로 돌려받는 전형적 기업 비자금 조성 수법이다.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는 2015년 처음으로 3억5천만원이 책정됐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애초부터 비자금 조성을 목적으로 신규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전국 상당수 법원이 비자금 조성에 동원된 점 등으로 미뤄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이상 수뇌부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정확한 비자금 규모와 용처를 추적할 방침이다.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를 맡았던 김영재 원장 측의 개인 소송을 도운 정황도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2016년 초 청와대 요구를 받아 김 원장의 부인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이하 와이제이콥스) 대표가 진행 중이던 특허소송 관련 자료를 불법으로 넘긴 정황을 포착했다.

청와대에 넘긴 자료에는 박씨의 소송이 진행 중이던 특허법원의 재판 관련 기록은 물론 박씨 소송 상대방을 대리하던 법무법인의 과거 사건 수임내역까지 상세히 포함됐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박씨의 소송을 잘 챙겨보라고 지시한 정황도 확보했다.

박씨가 박 전 대통령이나 청와대 비서진에게 특허 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게 해달라고 민원을 한 정황은 국정농단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이미 드러났다.

박씨는 지난해 4월 남편 김 원장과 자신의 1심 재판에 출석해 박 전 대통령이 박씨 업체의 특허 분쟁 자료를 요청해 자신이 직접 자료를 건넨 적이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박씨 회사 와이제이콥스는 국내 업체 A사를 상대로 자사 제품인 의료용 실의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박씨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소송 관련 어려움을 토로한 통화 녹취 파일이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직후 검찰 수사과정에서 확보되기도 했다.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추진 등 현안에서 청와대의 협조를 얻어내려고 일선 재판 정보를 넘기는 '재판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