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흥사업장서 이산화탄소 누출…3명 사상

3명 모두 협력업체 직원…1명 사망·부상자 2명은 의식불명
"119개 이산화탄소 저장 탱크로 연결된 배관이 터진 듯"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업장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누출돼 20대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사고는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든 탱크와 연결된 배관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터지면서 이산화탄소가 한꺼번에 분출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 사고 발생
4일 오후 2시께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6-3라인 지하1층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 저장 탱크와 연결된 배관이 터졌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갑자기 상승하자 삼성전자 자체 소방대가 현장에 출동해 협력업체 직원 A(24)씨 등 3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다.하지만 A씨는 1시간 40여분 만인 오후 3시 40분께 숨졌고, 함께 옮겨진 B(26)씨 등 2명은 오후 7시 현재 의식을 찾지 못한 채 회복 중이다.

사고를 당한 A씨 등은 소방시설 유지관리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직원들로, 당시 동료 10여명과 지하층에서 화재 감지기 교체작업을 벌였다.

작업이 끝나자 A씨 등 피해자 3명만 현장에 남아 자재를 밖으로 옮기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삼성전자 측은 중대재해 사고 신고 규정에 따라 병원에 옮겨진 직원이 사망하자 바로 고용노동부 및 관할 소방서 등 관련 기관에 사고 내용을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 사고원인
사고가 난 현장에는 50㎏짜리 소화용 액화 이산화탄소 탱크 133개가 저장된 곳이다.

이 탱크는 배관 7개로 각 공간으로 연결돼 있는데 이 중 배관 1개가 터진 것으로 파악됐다.공교롭게도 파손된 배관 1개와 연결된 이산화탄소 탱크가 무려 119개에 달해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현장에 뿜어져 나오면서 A씨 등이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 관계자는 "7개의 배관은 각기 다른 면적의 공간과 연결돼 있는데 하필 파손된 배관은 가장 넓은 곳과 연결된 배관이었다"라며 "이 배관 1개가 119개의 탱크와 연결됐기 때문에 현장에 뿜어져 나온 이산화탄소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찰 과학수사대와 소방 관계자 등이 현장에 출동해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측은 "사고를 당한 협력사 직원들과 가족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라는 뜻을 밝혔다.

◇ 잇단 삼성전자 화학사고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에서 화학물질 관련 사고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1월 불산 누출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했고, 같은해 5월 재차 불산 누출사고가 발생해 직원 3명이 부상했다.

2014년 3월에는 이날 사고와 비슷한 이산화탄소 질식 사고로 1명이 숨지기도 했다.

당시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지하 기계실 내 변전실에서 소방설비가 오작동을 일으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살포됐다.

살포된 이산화탄소에 야간 근무를 하던 협력업체 직원 김모(52)씨가 질식해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이듬해인 2015년 11월 3일 기흥사업장에서는 황산 공급장치 배관 교체작업 중 황산이 누출됐다.

황산 200㏄가량이 배관에서 흘러내리면서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얼굴과 목 등에 1∼2도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아야 했다.삼성전자는 화학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 시스템을 점검하고 사고 방지 대책을 내놨으나 사고는 잊을만하면 터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