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미래 생활상을 디자인으로"…삼성 유럽 디자인연구소 가보니

영국 런던 중심부 위치…소비자 트렌드 연구
건축·가구·인류학 등 다양한 영역 폭넓은 조사
사업부와 유기적 협업…게이밍 PC 오디세이 대표 성과물
펠릭스 헤크 유럽 디자인 연구소장이 3일(현지시각) 게이밍 PC 오디세이의 디자인 배경과 향후 전략 등을 설명하고 있다.
"디자인 영역에 대한 탐구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해 아이디어와 지식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삼성전자의 3대 강점(인재·기술·디자인)에 디자인이 포함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디자인 경쟁력은 1996년 이건희 회장의 '디자인 혁명' 선언 이후 강화됐다. 디자인 인력은 1990년대 초반 100여 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500명이 훌쩍 넘는다.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7개(서울·샌프란시스코·런던·베이징·델리·도쿄·상파울루)의 디자인센터를 운영 중이다. 서울에 있는 디자인 경영센터가 중추 역할을 하고, 해외 연구소들은 거점으로 지역별 트렌드를 분석한다.

지난 3일(현지시각) 유럽 디자인 연구소(SAMSUNG DESIGN EUROPE·SDE)를 찾았다. 이 연구소는 삼성전자가 3번째로 만든 해외 디자인 거점으로 런던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티 오브 런던'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근무 인력은 40여 명이다.

유럽 연구소는 복합문화 공간 '플리트 플레이스' 4층에 있다. 연구소에 들어서자 짧은 복도가 나왔다. 복도 양측에는 미술, 산업 디자인 포스터 수 십개가 붙어 있었다. 오디세이 게이밍 PC, 레벨 박스 슬림 스피커 등이 눈에 띄었다.
유럽 디자인 연구소(SAMSUNG DESIGN EUROPE·SDE) 내부 전경.
직원들은 칸막이 없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근무했다. 환경 만큼이나 연구원들의 복장과 배경도 다양했다. 유럽 연구소 임직원들은 인문학·경영학·패션 등 폭넓은 전공 분야와 다양한 국적의 디자이너들로 구성됐다. 연구소를 총괄하는 펠릭스 헤크 소장은 독일인, 여홍구 부소장은 한국인, 트렌드 랩을 이끄는 까밀 해머러 파트장은 프랑스인이다. 연구소를 이끄는 3명의 국적이 모두 다른 것이다.

다른 연구소에는 없는 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트렌드 랩'이 있다. 이들은 인류의 미래 생활상을 예측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제안한다. 이들이 탐구하는 영역은 IT·가전은 물론, 미술·사진·건축·인류학·경영학·패션 등으로 다양하다. 까밀 해머러 트렌드 랩 파트장은 "우리는 탐구하고 분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인간을 중심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들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다양하게 연구하고 열심히 협업한다"고 했다.

이 연구소의 대표적인 성과물로는 게이밍 PC 오디세이(Odyssey)가 꼽힌다. 오디세이는 게임의 가상현실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에 태어난 신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기존 게이밍 PC와 전혀 다르게 디자인됐다. 중성적인 느낌을 반영하기 위해 곡선 디자인이 적용됐고 6각형 형태의 헥사(Hexa) 디자인을 처음으로 적용해 밀레니얼 트렌드를 담았다. 이 제품은 2018 iF 어워드에서 금상을 수상했다.패밀리허브 냉장고 3세대 UX 디자인에도 유럽 연구소의 손길이 담겼다. 가족 소통의 중심이 주방으로 옮겨오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직관적이면서도 감성적인 UX 디자인을 강조했다.

펠릭스 헤크 유럽 디자인 연구소장은 "다양한 배경의 디자이너들이 인류의 미래 생활상을 예측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제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각 사업 부문과의 협력을 통해 소비자를 이해하고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는 디자인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런던(영국)=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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