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제비로 日간사이공항 폐쇄…고립된 5천명 버스·배로 탈출

개항 24주년 맞은 '해상공항' 침수… 한국인 50여명도 발묶여
공항, 年 56조원 수출거점·관광객 등 3천만명 이용…폐쇄 장기화할 듯

일본 오사카(大阪) 인근 지역의 대표적 항공 관문인 간사이(關西)공항이 제21호 태풍 '제비'의 직격탄을 맞으며 전격 폐쇄됐다.특히 인공섬에 위치한 이 공항과 육지 사이를 잇는 다리에, 인근에 정박돼 있던 유조선이 부딛치며 한국인 50여명을 포함한 5천명의 공항 이용객과 직원이 고립됐다.

다행히 인명피해 발생 소식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공항측은 5일 버스와 배를 통해 고립됐던 사람들을 육지로 탈출시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간사이공항에선 태풍이 강타한 4일 이용객 3천명과 공항 직원 2천명이 현장에 있다가 고립돼 공항에서 하룻밤을 꼬박 새워야 했다.주 오사카 한국 총영사관에 따르면 이들 중에는 한국인 50여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1터미널 지하와 주기장, 전기설비가 있는 기계실 등이 침수되고 활주로 2개가 폐쇄되며 공항 기능이 마비됐다.

여기에다 공항과 육지를 잇는 다리(길이 3.8㎞)가 강풍에 휩쓸린 유조선(길이 89m·2천591t)과 충돌하면서 파손돼 이용객 등이 꼼짝없이 공항에 갇힌 신세가 됐다.공항 측은 태풍이 잦아든 뒤인 이날 오전 일찍부터 고속선과 버스를 이용해 고립됐던 사람들을 육지로 이동시키고 있다.

110인승 정기선 3편을 15~20분 간격으로 운항하며 사람들을 육지로 실어나르고 있고, 버스는 파손된 다리의 통행 가능한 일부를 거쳐 인근 육지인 이즈미사노(泉佐野)까지 운행하고 있다.
1994년 문을 연 간사이공항은 태풍의 직격탄을 맞은 지난 4일이 개항 24주년 기념일이었다.국토교통성에 따르면 간사이공항 같은 해상공항 주변을 보호하는 호안(護岸) 시설의 높이에 관한 규정은 없으며 해당 해역 상황에 따라 설계를 한다.

침수된 간사이공항의 A활주로는 해면에서 약 5m 높은 곳에 위치하고 호안 시설 높이는 약 2.7m로, 난카이(南海) 해구 지진 발생시 상정되는 쓰나미(지진해일) 높이인 1.7m보다도 높다.

그러나 이번과 같은 상황은 고려하지 않아 활주로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고 산케이신문은 지적했다.

항공기 이착륙에 필요한 통신설비 등이 물에 잠기고 다리 일부가 크게 손상되면서 복구작업 장기화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해외에서 오는 관광객과 이 공항을 통한 물동량이 줄어들어 경제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방일객이 늘어나며 간사이공항의 2017년도 총 여객 수는 사상 최다인 2천880만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여객 수가 3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간사이공항은 반도체 부품 등을 해외로 보내는 간사이 지역의 주요 수출거점이다.

오사카세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간사이공항을 통해 수출된 화물 금액은 약 5조6천억엔(약 56조2천억원)에 달해 도쿄의 관문인 나리타(成田)공항에 이어 두번째로 크다.

이런 상황에서 간사이공항을 통해 제품을 수출하는 업체들 사이에서는 폐쇄가 장기화하면서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간사이공항을 통해 수출하던 물량이 다른 공항으로 일제히 몰리게 되면 납기 지연 등의 피해가 나올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간사이공항의 화물 취급량은 지난해 하루 평균 2천300t에 달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전년보다 13% 늘어난 85만t으로 집계됐다.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국토교통성으로부터 사고상황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총리관저 주도로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대책팀을 꾸려 간사이공항 운영 재개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