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신임 인권위원장 "독립성 필요한 이유, 증명하겠다"

새로운 인권 시대 위한 4가지 책무 발표
최영애 신임 국가인권위원장은 5일 "인권위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우리 스스로 그 필요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밝혔다.최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로지 인권에만 예속된 기관으로 흔들림 없이 임무를 수행할 때 인권위의 독립성은 비로소 실체를 갖추고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권위는 용산 참사 등 심각한 인권 현안들을 수차례 외면하고 그 책임을 방기했다며 시민사회로부터 질타를 받았다"며 "인권보호 의무를 저버린 인권위가 일련의 인권침해 과정에서 오랜 시간 침묵하며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한 데 대해 신임 위원장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진상조사를 하고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잘려나간 인권위 조직을 회복시켜 국가의 인권보호 체제를 굳건히 하겠다"고 덧붙였다.최 위원장은 자신의 임기 3년과 인권위의 새로운 20년을 위한 목표로 ▲ 혐오와 차별 해소 ▲ 양극화·사회 안전망 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처 ▲ 정부·지방자치단체와의 인권 옹호 파트너십 강화 ▲ 인권·시민사회단체와의 소통·협력 등 4가지를 꼽았다.

최 위원장은 "평등권 실현과 혐오·배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며 "과거 '세 모녀 사건'과 같은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양극화의 악순환 해소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업무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부의 인권 신장 활동을 지원하고, 지방 인권기구와 활발한 소통으로 견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내 인권 거버넌스를 확립하겠다"며 "우리 사회 인권 신장을 위해 헌신해온 인권·시민사회단체와의 관계도 혁신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최 위원장은 취임식 직후 출입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이라며 "차별금지법은 그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폭넓은 장을 통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북 여종업원에 대한 직권조사에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주장에는 "절대로 인권침해가 일어날 수 있는 방식으로는 조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낙태죄 폐지에 관해서도 들여다볼 계획"이라며 "낙태죄 폐지는 여성의 문제뿐만 아니라 인권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기본적으로 인간이 누려야 할 게 무언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할 때부터 비동의간음죄를 생각했고, 현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안희정 전 지사의 재판에 관해서는 어디까지나 개인적으로 성폭력의 개연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최 위원장의 첫 출근을 앞두고 인권위 앞에서는 그의 취임을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시위가 열렸다.바른인권네트워크 등 보수성향 단체는 "최 위원장은 동성애를 옹호하고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