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 "대만, 국민투표로 '中 일부 안 원한다' 보여줘야"

산케이신문 "가석방 상태 천수이볜, 일본 지인들과 대화서 발언"
차이잉원 '현상유지 정책' 비판… "중국 위협으로 대만 위기"

천수이볜(陳水扁) 전 대만 총통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국민투표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천 전 총통은 대만 가오슝(高雄)시에서 일본 산케이신문 기자가 동석한 가운데 대만 거주 일본인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중국의 위협으로 대만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산케이신문이 5일 보도했다.
민진당 소속으로 2000년 3월부터 2008년 5월까지 총통을 역임한 천 전 총통은 대화에서 '대만인들이 중국의 일부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선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하루빨리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이 대만에 대해 강도 높은 군사적,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현상유지' 정책을 취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산케이신문을 인용해 전했다.SCMP에 따르면 천 전 총통은 "우리는 강력한 군사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민주적인 방식에 호소하는 것"이라면서 거듭 국민투표 실시를 요구했다.

천 전 총통은 대만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해서도 "대만은 사실상 오랫동안 미국의 '대중(對中)카드'로서 기능을 했다"면서 차이 총통이 지나치게 미국에 대해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대만과 고위급 교류를 허용하는 내용의 대만여행법에 서명하는 등 대만에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천 전 총통은 차이 총통에 대해 일본을 좀 더 우호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의 역대 총리들보다 대만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해 대만은 충분하게 호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천 전 총통은 자신의 후임자인 마잉주(馬英九·국민당) 전 총통에 대해선 친중국 정책으로 대만에 해만 끼쳤다고 혹평했다.이 밖에 그는 자신이 부패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데 대해 '정치적 마녀 사냥'의 결과라면서 대만을 위해 '민주주의 십자가'에 박힐 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천 전 총통은 뇌물수수, 총통 기밀비 횡령 등 부패혐의로 19년 형을 선고받고 5년간 복역한 뒤 2015년 치료를 위한 목적으로 가석방됐다.

가석방 상태의 천 전 총통 발언이 일본 언론에 보도됨에 따라 그가 가석방 조건을 위배했다는 논란이 일 수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천 전 총통은 2015년 1월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어떤 정치적 집회에서든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법원으로부터 치료를 위한 가석방 허가를 받았다.

산케이신문은 천 전 총통의 발언이 일본인 지인들과 모임을 하는 자리에서 나왔다고 보도했다.

대만 법무부는 즉각적인 논평을 하지 않았다고 SCMP는 전했다.

다만 천 전 총통이 수감생활을 했던 타이중(台中)교도소 관계자는 천 전 총통이 언론과 적극적으로 인터뷰한 것이 아니므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은 민진당 차이 총통이 집권한 2016년 5월 이후 군사, 외교 등 다방면에 걸쳐 대만에 대해 강경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하나의 중국'을 지향하는 중국은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위해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하고 있다.

차이 총통 집권 이후 2년여 동안 상투메 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 부르키나파소에 이어 엘살바도르까지 모두 5개국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이로써 마잉주 전 총통 당시 22개국이던 대만과의 수교국은 현재 17개국에 불과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