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맞은 사법부… 사법농단 사태에 기념행사도 '반성모드'

'사법부 상징' 기념행사, 법조계 분위기 고려해 조촐하게 치러
법원행정처장 "사법부 상징, 여전히 과제"… 김명수 대법원장은 불참
"사법부의 일관된 상징이 무엇이며, 어떠한 상징을 찾아가야 할지는 아직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사법부가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서 오는 13일 창립 70주년을 맞는다.'사법농단'으로도 불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을 검찰이 수사하면서 재판거래와 법관 사찰 의혹은 물론 대법원 차원의 비자금 유용 의혹까지 불거진 터라, 사법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서다.

사상 최악의 사법불신을 불러온 이번 사태를 의식한 듯, 사법부는 7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도 간소하게 치르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사법부 70년 성과와 향후 비전 등으로 채워졌을 기념식사도 반성의 뜻이 주조를 이룬다.
7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5일 오후 3시 대법원 본관 2층 중앙홀에서 열린 '상징으로 보는 사법부' 개막식 행사에 참여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기념식사에서 사법부의 상징이 무엇인지도 모를 수밖에 없는 현 상황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1948년 사법부가 비로소 권력분립의 한 축으로 세워진 지 70년이 지나오는 동안 사법부에는 광명의 시기도 있었지만 음영의 시기도 있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며 "그리하여 사법부의 일관된 상징이 무엇이며, 어떠한 상징을 찾아가야 할지는 아직 과제로 남아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사법부가 더욱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국민과 같은 높이에서 눈을 맞추며,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사법정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을 바탕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최근 사법부 안팎의 분위기를 고려해 자화자찬 격인 사법부 70년 성과에 대한 내용은 최대한 자제한 기념식사였다.

행사에는 안 처장과 대법관 12명을 비롯해 법원행정처 구성원 70여명이 참석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19일까지 실시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대법원 청사와 각급 법원에 있는 상징적인 조형물의 사진과 영상은 물론 세계 나라별 '정의의 여신'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영상, 각국의 법원 청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법의 상징 등이 전시된다.

또 사진과 일러스트를 활용한 시대별 법정의 모습과 대법원과 산하기관 및 각급 법원의 조형물을 활용한 기념엽서 등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본행사인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은 13일 오전 대법원 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