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 순례길' 국제 순례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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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아시아 최초 승인…14일 서소문 순교성지서 선포식‘천주교 서울 순례길’이 오는 14일 아시아 최초로 교황청의 공식 승인을 받은 국제 순례지로 선포된다고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5일 밝혔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자발적인 신앙 수용, 박해와 순교 등 한국 가톨릭의 특별한 역사를 담은 서울 순례길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로 거듭나게 됐다. 천주교 서울 순례길은 명동성당, 서소문·절두산 순교지 등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 중요한 성당과 순교성지 등을 연결한 27.3㎞의 도보 순례 코스다.
교황청 승인 국제 순례지 선포식은 14일 오전 9시30분 서울 서소문 역사공원 순교성지에서 열린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과 교구 주교단,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인 리노 피지겔라 대주교를 비롯해 아시아 13개국 가톨릭 지도자 32명이 공동 집전하는 미사를 시작으로 국제 순례지 선포식, 교황 축복장 수여식 순으로 진행된다.
서소문 밖 네거리 역사공원·순교성지는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이날 특별히 먼저 공개된다. 이곳은 단일 장소에서 가장 많은 순교자를 배출한 한국 최대 순교성지다. 기록에 남은 98명 중 44명의 성인과 2014년 교황 방한 때 시복된 124위 복자 중 27명이 서소문 밖에서 순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국제 순례지 선포를 기념해 10~15일을 ‘한국 순례 주간’으로 정했다. 또 리노 피지겔라 대주교를 비롯한 아시아 가톨릭 지도자들과 아시아 9개국 청소년 대표 29명을 초청해 성지 순례, 국제 학술심포지엄 등 다양한 행사를 연다.선포식에 앞서 ‘아시아의 문화적 전통과 그리스도 신앙’을 주제로 국제 학술 심포지엄이 13일 명동성당 문화관 꼬스트홀에서 열리고, 이날 오후 6시에는 명동성당에서 ‘아시아 주교단과 함께하는 미사’가 봉헌된다. 또 한국 순례 주간에 초청된 가톨릭 지도자와 청소년 대표들은 11~13일 천주교 서울 순례길을 걷고 솔뫼·해미 성지 등을 방문한다. 서울대교구는 이번 선포식을 계기로 아시아 청소년단의 한국 순례를 정례화할 예정이다.
서울 순례길은 3~5시간씩 걸을 수 있도록 3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1구간 ‘말씀의 길’(8.7㎞)은 명동성당부터 을지로 김범우집터~수표교 인근 이벽의 집터~종로3가 인근 좌포도청 터~종로성지성당~광희문 성지~가톨릭대 성신교정~북촌한옥마을 성정보름우물~가회동성당에 이르는 코스로, 소요 시간은 약 3시간이다.
2구간 ‘생명의 길’(5.9㎞)은 가회동성당을 출발해 광화문 시복 터~형조 터~의금부 터~전옥서 터~우포도청 터~경기감영 터~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중림동 약현성당에 이르며 약 2시간이 걸린다.3구간 ‘일치의 길’은 29.5㎞로 5시간30분이 걸린다. 중림동 약현성당에서 당고개순교성지~새남터 순교성지~절두산 순교성지~노고산성지~용산 성심신학교~왜고개성지를 거쳐 관악구의 삼성산성지까지 이어진다. 왜고개 성지에서 삼성산성지까지는 택시나 버스로 이동해도 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