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ING생명 품고 자산 1위 탈환… KB와 '리딩금융 전쟁' 재점화

신한금융, 오렌지라이프 인수

조용병 회장의 승부수
오렌지라이프 2.3조에 인수
생보업계 5위로 올라서
은행·카드에 집중됐던 사업
다변화로 이익구조 개선 기대

신한·KB, 다시 '진검승부'
신한, 자산 457조로 늘어나
1년 만에 '금융 1위' 되찾아
KB "자금 충분" 반격 별러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왼쪽)이 5일 신한금융 본사에서 윤종하 라이프투자유한회사 대표와 오렌지라이프의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뒤 악수하고 있다. /신한금융 제공
신한금융그룹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인수를 확정하면서 KB금융그룹과의 리딩금융그룹 전쟁이 다시 불붙었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KB금융은 2008년까지 독보적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신한금융이 2007년 LG카드(현 신한카드)를 인수하고 신한은행을 키우면서 2008년부터 2016년까지 1위를 차지했다. 그러다 KB금융이 현대증권(현 KB증권)과 LIG손보(현 KB손보)를 인수한 효과를 지난해부터 내면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완료하면 순위가 다시 바뀐다.

◆아시아 리딩금융그룹 발판 마련신한금융이 대형 인수합병(M&A)에 성공한 것은 2007년 LG카드 인수 이후 11년 만이다. 금융계에선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국내 1위를 되찾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했다. 조 회장은 ‘2020년 아시아 리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선 국내 1위가 먼저 돼야 한다는 것이 조 회장의 판단이다.

신한금융은 작년 11월부터 MBK파트너스와 M&A 협상을 벌였으나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높은 가격이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당초 MBK파트너스는 3조원을, 신한금융 쪽은 2조원을 고수하며 협상을 이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은 지난 4월 마지막 인수가로 2조2000억원을 제안했다. 하지만 신한금융과 MBK파트너스의 가격 차가 너무 커 협상을 중단하는 상황에까지 몰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고가 인수는 안 된다는 것이 조 회장의 방침”이라며 “오렌지라이프 주가가 떨어져 서로 한 발짝씩 양보하면서 2조3000억원 선에서 인수 가격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로 은행과 카드에 치중된 이익 구조를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 전체 계열사는 2조917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 중 은행 비중이 55.6%, 카드 비중은 35.2%다. 오렌지라이프의 자산 규모는 31조5000억원으로 생명보험업계 6위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자산을 더하면 총자산 61조원, 업계 5위로 올라서게 된다. NH농협생명(자산규모 64조원)이 차지하고 있는 업계 4위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위치다.
◆불붙은 리딩금융그룹 경쟁

업계에선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KB금융과 신한금융의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신한금융은 자산 규모 측면에서 KB금융그룹을 넘어선다. 작년 오렌지라이프의 순이익은 3400억원. 이번 지분 인수로 20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이 신한지주 실적에 반영된다. KB금융과 신한지주의 순이익 차이(2000억~3000억원)를 감안하면 누가 리딩그룹 자리를 차지할지 예측 불가다.

두 회사의 리딩그룹 경쟁의 시작은 외환위기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지주사 체제를 꾸린 신한금융은 2002년 조흥은행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2007년 LG카드를 인수한 뒤 부동의 1위였던 국민은행의 자산과 순익을 뛰어넘었다. 2008년부터 자산과 순이익 두 분야에서 1위 자리에 올랐고, 2011년에는 3조1000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금융권 최초로 ‘3조원 순익’ 시대를 열었다.2008년 지주사 체제로 재편한 KB금융이 반격을 시작한 것은 2014년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취임한 뒤다. KB금융은 2015년과 2016년 잇달아 인수한 LIG손보와 현대증권이 효자 노릇을 하며 지난해 3조3119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9년 만에 리딩그룹 자리를 탈환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자산 규모에선 앞서지만 순이익과 시가총액에서 KB금융을 앞지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M&A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3조원가량 있기 때문에 좋은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순신/서정환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