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리 "80년대 용산전자상가式 혁신 생태계 되살려야"

데이비드 리 中 선전오픈이노베이션랩 소장

개발자·제조업체·소비자에 모두 열려 있는 공간이 앞으로 IT업계 주도할 것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계는 1970~1980년대 서울 용산전자상가를 주목해야 합니다.”

데이비드 리 중국 선전오픈이노베이션랩 소장(사진)은 5일 기자와 만나 “당시 용산전자상가에서는 전자제품 개발자 간 교류가 활발했고 소비자도 몰려 새로운 전자제품이 쏟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전오픈이노베이션랩은 중국 선전의 제조업 중심 스타트업 지원 기관이다.
리 소장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15년 설립했고 국내 스타트업 인재 육성 전문기관 스타트업캠퍼스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이날 경기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에서 열린 ‘아시아 스타트업 서밋 2018 콘퍼런스’에 기조연설을 맡았다. 아시아 스타트업 서밋은 아시아 각국의 창업 생태계 동향을 공유하고 한국, 중국 등 8개국의 스타트업들이 자사의 서비스와 제품을 두고 경진 대회도 벌인다.

리 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60~1970년대 실리콘밸리에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하면서 애플, 인텔, 휴렛팩커드(HP) 등 혁신적인 기업이 나왔다”면서도 “지금은 구글, 페이스북 등 일부 대기업의 닫힌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리 소장은 중국 선전 방식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한국의 용산전자상가처럼 선전에는 수많은 전자제품 제조사, 다자인업체, 스타트업 등이 몰려 있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물건을 신속하게 만들어 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는 스마트폰 제조업체 오포와 비보, 세계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 등이 선전에서 시작했다. 리 소장은 “지금은 최신 정보기술(IT) 정보를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미국 실리콘밸리까지 갈 필요가 없다”며 “선전처럼 개발자, 제조업체, 소비자에게 모두 열려 있는 공간이 IT업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