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실장의 "시장은 정부를 이길 수 없다"는 호언장담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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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를 위한, 정말 국민들의 삶을 위한 주택은 시장이 이길 수 없습니다.”
장하성 청와대 실장이 5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한 얘기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11월 당시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지금 집 사면 낭패”라는 글이 떠올랐다.이 전 수석은 당시 서울 강남을 필두로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어달라"는 취지로 글을 올렸다. 당시 이 전 수석은 “중산층·서민들에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고 집을 사도 늦지 않다는 취지에서 쓴 글”이라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부동산 가격이 정부 대책 발표후에도 진정되지 않은 것은 물론 정작 본인은 당시 서울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퇴론이 거세게 제기됐다.
당시 이 전 수석은 공직에 들어오기 전인 2004년 2월 서울 강남의 역삼동 아이파크 분양에 당첨돼 입주한 것으로,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이전에 살던 아파트를 처분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를 믿고 집을 사지 않았던 중산층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며 참여정부의 도덕성에도 치명적 상처를 입혔다.
장 실장의 이날 발언도 당시 상황과 묘하게 겹쳤다. 장 실장은 이날 “모든 사람이 강남에 다 살 필요 없다.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사는 분들의 고가 주택이나 상가의 지역별 가격 차이가 시장에서 작동해서 가는 것을 정부가 다 제어할 수가 없고, 반드시 제어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초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은 거주보다 재테크 지역으로 봐야 하고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사회자가 “거기(강남)를 기본적으로 재테크의 지대로 보는 거죠. 물론 살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만”이라고 묻자 장 실장은 “물론입니다.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말씀 드리는 겁니다”라고 답했다.
장 실장은 대신 “국민의 실거주를 위한 수요는 반드시 시장에 맡겨야 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기본적인 주거 복지를 위해서는 ‘시장 논리’를 배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시장 경제를 아주 정말 지독하게 하고 있는 싱가포르 같은 경우에도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은 정부가 다 공급해버린다”고 했다.
장 실장은 또 “미국은 저소득층에 정부가 주택을 공급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초고가 주택 밀집 지역인 뉴욕 맨해튼을 예로 들며 “거기 주택 가격을 왜 정부가 신경 써야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강남이니까 다 세금을 높여야 한다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언급했다.장 실장의 말을 요약하면 강남은 재테크를 위한 ‘그들만의 리그’이니 정부가 관여할 수 없고, 대신 서민들을 위한 주택시장은 정부가 확실하게 투기세력을 제압할테니 믿어달라는 것이다. 물론 투자수익에 대한 환수는 세제를 통해 확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실장의 이날 발언이 전해지자 인터넷에선 거센 비판의 댓글이 쇄도했다. 당장 장 실장은 “모든 사람이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고 한 발언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장 실장이 본인이 매매가격이 20억원을 웃도는 잠실의 고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점이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전 수석이 2006년 당시 “지금 집 사면 낭패”라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강남에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와 같은 반응이다.
“고위 공무원이 탐욕의 핵심지에 살면서 여기는 재테크 지역이라니 어이가 없다”, “강남에 살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강남 아닌 곳도 살 수가 없다”, “자가당착, 내로남불의 극치다”, “그렇다면 강북, 용산은 왜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냐.”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투자자들의 관심은 장 실장이 단언한대로 과연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을까로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당장 투자와 투기는 어떻게 구분할 것이며, 시장의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를 잠재울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장 실장의 발언은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강남’은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오히려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추석 이전에 두 차례에 걸쳐 강력한 수요억제와 공급확대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발표가 나온 뒤에도 장 실장이 시장을 향해 “정부의 의지를 시험하지 말라”는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아니면 2006년 11월 참여정부 청와대가 “지금 집 사면 낭패”라고 했다가 시장의 보복을 받은 전례가 되풀이 될까. 추석 연휴까지는 앞으로 약 보름의 시간이 남았다.
이심기 정치부장 sglee@hankyung.com
장하성 청와대 실장이 5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서 한 얘기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11월 당시 이백만 청와대 홍보수석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지금 집 사면 낭패”라는 글이 떠올랐다.이 전 수석은 당시 서울 강남을 필두로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어달라"는 취지로 글을 올렸다. 당시 이 전 수석은 “중산층·서민들에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고 집을 사도 늦지 않다는 취지에서 쓴 글”이라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부동산 가격이 정부 대책 발표후에도 진정되지 않은 것은 물론 정작 본인은 당시 서울 강남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퇴론이 거세게 제기됐다.
당시 이 전 수석은 공직에 들어오기 전인 2004년 2월 서울 강남의 역삼동 아이파크 분양에 당첨돼 입주한 것으로, 새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이전에 살던 아파트를 처분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를 믿고 집을 사지 않았던 중산층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며 참여정부의 도덕성에도 치명적 상처를 입혔다.
장 실장의 이날 발언도 당시 상황과 묘하게 겹쳤다. 장 실장은 이날 “모든 사람이 강남에 다 살 필요 없다.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사는 분들의 고가 주택이나 상가의 지역별 가격 차이가 시장에서 작동해서 가는 것을 정부가 다 제어할 수가 없고, 반드시 제어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초고가 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남은 거주보다 재테크 지역으로 봐야 하고 정부가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이다.사회자가 “거기(강남)를 기본적으로 재테크의 지대로 보는 거죠. 물론 살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만”이라고 묻자 장 실장은 “물론입니다. 저도 거기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말씀 드리는 겁니다”라고 답했다.
장 실장은 대신 “국민의 실거주를 위한 수요는 반드시 시장에 맡겨야 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 기본적인 주거 복지를 위해서는 ‘시장 논리’를 배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시장 경제를 아주 정말 지독하게 하고 있는 싱가포르 같은 경우에도 국민주택 규모의 주택은 정부가 다 공급해버린다”고 했다.
장 실장은 또 “미국은 저소득층에 정부가 주택을 공급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초고가 주택 밀집 지역인 뉴욕 맨해튼을 예로 들며 “거기 주택 가격을 왜 정부가 신경 써야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강남이니까 다 세금을 높여야 한다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언급했다.장 실장의 말을 요약하면 강남은 재테크를 위한 ‘그들만의 리그’이니 정부가 관여할 수 없고, 대신 서민들을 위한 주택시장은 정부가 확실하게 투기세력을 제압할테니 믿어달라는 것이다. 물론 투자수익에 대한 환수는 세제를 통해 확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실장의 이날 발언이 전해지자 인터넷에선 거센 비판의 댓글이 쇄도했다. 당장 장 실장은 “모든 사람이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고 한 발언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장 실장이 본인이 매매가격이 20억원을 웃도는 잠실의 고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점이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전 수석이 2006년 당시 “지금 집 사면 낭패”라고 했지만 정작 본인은 강남에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와 같은 반응이다.
“고위 공무원이 탐욕의 핵심지에 살면서 여기는 재테크 지역이라니 어이가 없다”, “강남에 살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강남 아닌 곳도 살 수가 없다”, “자가당착, 내로남불의 극치다”, “그렇다면 강북, 용산은 왜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냐.”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투자자들의 관심은 장 실장이 단언한대로 과연 정부가 시장을 이길 수 있을까로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당장 투자와 투기는 어떻게 구분할 것이며, 시장의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를 잠재울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장 실장의 발언은 집값 급등의 진원지인 ‘강남’은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오히려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추석 이전에 두 차례에 걸쳐 강력한 수요억제와 공급확대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 발표가 나온 뒤에도 장 실장이 시장을 향해 “정부의 의지를 시험하지 말라”는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아니면 2006년 11월 참여정부 청와대가 “지금 집 사면 낭패”라고 했다가 시장의 보복을 받은 전례가 되풀이 될까. 추석 연휴까지는 앞으로 약 보름의 시간이 남았다.
이심기 정치부장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