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해고자·가족 고통, 타인의 삶 아냐… 누구나 겪을 수도"

"쌍용차 해고자·가족 고통, 타인의 삶 아냐… 누구나 겪을 수도"
정리해고 직·간접 경험자들 "쌍용차 가족 고통 헤아려달라" 호소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그 가족의 고통은 우리가 모두 어느 시점에 겪을 수 있는 우리의 오래된 미래일 수 있습니다."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는 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당신과 당신의 가족은 이런 해고를 받아들일 수 있나요'라는 주제로 연 '2018 쌍용자동차 해고자와 가족 실태조사 연구결과 발표회'를 이런 말로 마무리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국가인권위원회 지원사업에 따른 것으로, 해고자(해고 상태 유지)와 복직자 외에 그 가족까지 조사한 것은 처음이다.

조사결과, 해고·복직자의 배우자는 10명 중 3명꼴로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했다.스스로 얼마나 건강한지를 물었을 때 '나쁘다'고 답한 비율은 해고자의 배우자가 42.3%, 복직자의 배우자는 17.1% 수준이었다.

해고 당사자들은 더욱 높아, 해고자들은 50.0%가 '나쁘다'고 대답했고, 복직자들은 30.3%가 같은 대답을 내놨다.

김 교수는 "쌍용차 해고자들의 고통을 얘기할 때마다 인터넷 댓글은 해고자들을 비웃거나 욕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이들은 대단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부당하게 해고당했으니 원래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김 교수는 "이렇게 을(乙)이 을을 비난할수록 이런 상황을 만든 권력과 사회는 더욱 튼튼해진다"며 "고용불안과 정리해고가 상수인 시대에서 그동안 쌍용차 해고자들과 가족이 겪은 고통은 언제든 우리가 겪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연구결과 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는 쌍용차 해고자로서 여전히 투쟁을 이어가는 이들과 해고자 가족, 그리고 쌍용차를 측면에서 지원하면서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이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이정아 전 쌍용차 해고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는 "남편이 해고될 당시 뱃속에 셋째 아이가 있었다"며 "지금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또래 친구들하고도 잘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들을 생각하면 말을 꺼내기 전에 눈물부터 터진다"고 울먹였다.이 전 대표는 "파업 때문에 남편이 부당하게 해고당한 이후 겪은 일들로 지난 10년간 성숙해졌고, 세상을 보는 시각도 넓어졌다"며 "그런데 겪지 않았어도 될 일들을 경험하면서 얻은 아픈 기억들은 누가 보상해줄지, 지금 잘 지내니까 이대로 묻어둬도 되는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가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2009년 파업 당시 의료지원을 나간 이상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사실 상처를 받고 트라우마가 생겨도 삶은 이어지지만, 트라우마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며 "영화 속 인서트 컷처럼 어느 순간 삶에 들어와 우울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해고와 국가폭력, 정부의 희생양 만들기라는 점에서 쌍용차 해고 문제의 특수한 측면이 있다"며 "많은 분이 정리해고를 당하지만,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쌍용차 문제는 더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단언했다.심리치유센터 '와락'의 권지영 대표는 "배우자들은 해고 당사자들의 충격을 위로하는 한편 생계와 다른 가족들의 걱정까지 다 떠안아야 했다"며 "이들은 해고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발생하는 일상에서의 차별 때문에 웅크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