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험·기초소득 강화한다… "소득불평등 완화로 상생 도모"

기초연금·국민연금 보장 동시 강화하고 현금지원 확대
"노인은 소비와 생산의 주체"…보건복지 분야 일자리 확충

문재인 정부가 6일 '다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라는 사회정책 비전을 제시하면서 사회보험과 기초소득 강화 등 '소득보장제도 개혁'을 주요 방안으로 꺼내 들었다.공적연금과 개인연금, 퇴직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으로 구성된 지금의 소득보장 체계가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상생의 사회를 만들어가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소득보장제도의 중심축인 사회보험의 경우 비정규직과 여성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국민연금 가입률이 정규직은 85%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37%로 2배 이상 차이가 나고, 건강보험과 고용보험도 마찬가지다.정규직 위주로 확대된 사회보험은 사회통합보다는 계층격차 확대에 기여한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국민연금, 실업급여, 기초연금 등 핵심 제도의 보장성도 외국과 비교할 때 크게 낮은 상태다.

지난해 국내 연금의 소득대체율(평생 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 비율)은 3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52.9%와 차이가 컸고, 근로자의 평균임금 대비 기초연금의 급여 수준도 5.5%로 OECD 평균 21.0%의 4분의 1 수준이었다.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은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했다.

1994년부터 2001년까지 판매된 개인연금은 1천157만건이었으나 유지율은 33.2%에 불과한 실정이다.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보육료 지원, 근로장려세제,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사회수당과 조세 지원, 공공부조는 원활하게 연계되지 못하고 제각각 운영되면서 소득보장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정부는 이날 '포용국가 전략회의'에서 노후와 의료비에 대한 중산층의 불안, 노동시장 양극화, 비정형 근로 확산, 사회보험의 사각지대, 개인연금의 낮은 수익률과 높은 해약률 등을 고려할 때 소득보장제도의 개혁은 '사회보험·기초소득보장의 동시 강화', '연금시장의 합리화'라는 두 개의 축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공적연금과 고용보험,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고,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실업부조,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등 조세지원 방식의 현금수당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녀를 출산한 가입자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출산크레딧 등 비기여 방식의 수급권을 확대하면서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가입자를 보호할 수 있는 투자정보 공시확대 등의 장치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핵심 장치인 기초연금의 경우, 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연금액을 2021년에 월 30만원까지 올린 뒤에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 추이를 보면서 연금액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초연금을 30만원 이상으로 인상할 경우 10년 이상 장기 가입한 국민연금의 평균연금액과 비슷해져 국민연금 가입 유인 효과가 떨어지고, 기초연금에서 제외된 상위 30% 노인이 받는 국민연금액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함께 받는 소득 하위 50∼70% 노인의 총연금액보다 적어지는 소득역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이날 복지 분야에서 저출산·고령사회에 대비한 능동적인 사회시스템 구축에 대한 비전도 제시했다.

특히 노인인구 비중이 2030년 24.5%로 올라가 선진국을 추월하고 2060년 이전에 일본까지 넘어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노인을 소비와 생산의 주체로 설정하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초고령사회에서 사회지출은 지금까지 나온 국정과제를 충분히 반영해도 206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6.9∼28.9%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현재의 유럽연합(EU) 지출 수준이다.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의 지출 전망도 2060년 GDP의 9.6% 정도로 양호한 편이나, 의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노인의료비의 합리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상당한 재정부담을 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공적연금 지출에서는 총인구의 41%에 달한 노인인구가 적정한 수준의 소비를 하지 않을 경우 내수 위축이 발생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적정 지출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부는 또 제조업의 일자리가 감소함에 따라 보건복지 분야에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고용 규모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공공 보건복지기관 및 서비스 증대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 확충과 서비스의 품질 개선을 동시에 도모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