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 조용병과 김병주의 '뚝심 대결'… 세 번의 결렬 끝에 2.3조 빅딜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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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오렌지라이프 인수 막전막후▶마켓인사이트 9월6일 오전 6시11분
주당 5만원 놓고 기싸움
신한금융 조용병 - MBK 김병주 회장
주당 가격 놓고 7월30일 만나 담판
실무진 결과 낙관했으나 결국 결렬
세 번의 결렬 위기
4월 말 신한, 우선협상 지위 상실 첫 고비
230억 가격차 못 좁혀 협상 엎어질 뻔
KB의 새 가격 제안으로 다시 안갯속
1년 줄다리기 끝 극적 타결
신한, 주당 5만원으로 최후 통첩
MBK, 사명 변경 등 장기전 대비
KB 인수 포기에 협상 급물살
지난 7월30일 오전 7시30분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마주 앉았다. 지난해 8월 신한금융이 MBK에 오렌지라이프(당시 ING생명) 인수를 제안한 지 1년 만에 양측 회장이 처음 만나 담판을 벌이는 순간이었다.◆1년간 피 말리는 협상
신한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은 지난 4월30일 이후 금융권에선 신한의 ‘인수 불발’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날 두 회장 간 담판은 3개월간 양측이 극비리에 물밑 작업을 이어온 결과물이었다.
신한금융과 MBK 실무자 모두 이날 결과를 낙관하고 있었다. 가격차는 230억원. 2조3000억원에 달하는 거래 규모를 감안하면 미세조정에 불과한 숫자였다. 하지만 1시간 반 뒤 협상장을 떠나는 두 회장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주당 4만9600원(배당금 주당 2600원 포함)을 제시한 조 회장에 맞서 김 회장은 5만600원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거래 자문사 관계자는 “투자업계 베테랑답게 정교한 수치로 무장한 김 회장에 맞서 ‘숫자가 화두가 되면 밀릴 수 있다’고 판단한 조 회장은 일상적인 화제로 일관하다가 막판 3분가량을 남기고 금액 얘기를 꺼냈을 정도로 주도권 싸움이 팽팽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협상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그로부터 나흘 뒤 신한금융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KB금융이 MBK에 새로운 가격을 포함한 인수 제안을 넣은 것이다. 주당 5만원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신한과 MBK 간 협상은 세 번째 결렬 위기를 맞았다.◆보험업계 최대 M&A 성사
첫 번째 결별 위기는 지난 4월 말이었다. 당시 신한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자 기다렸다는 듯이 KB금융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금융권에는 ‘KB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가 정설로 떠돌았다. MBK는 두 인수 후보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해왔다. 양측 수장이 만났지만 230억원의 가격 차를 좁히지 못한 게 두 번째 위기였다.조 회장은 ‘가격을 올리자’는 실무진 건의를 뿌리쳤다. “주당 5만원에서 1원도 올려줄 수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신한은 지난달 7일 주당 5만원을 최종 제안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을 깨겠다는 사실상 ‘최후통첩’이었다.
김 회장도 연말 상표권 계약 만료에 대비해 ING생명의 사명과 회사이미지(CI)를 ‘오렌지라이프’로 바꾸며 장기전을 준비했다. 서너 달 더 사용할 수 있는 사명을 앞당겨 포기한 것은 ‘독자생존 가능성’을 풍겨 신한금융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신한금융과 거래가 깨지더라도 제값을 받을 때까지 ING생명을 가져가겠다는 강수였다. 신한과 MBK 간 기싸움은 갈수록 가열됐다.신한과 MBK 간 협상이 마무리된 데는 KB금융 역할이 있었다. 신한금융이 최종 제안을 한 날 KB금융은 골드만삭스 등 자문사들과 잡은 첫 회의를 취소함으로써 인수전 포기를 공식화했다. 내부적으로 오렌지라이프 가격이 높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미래 전략 차원에서 구속력 없는 제안을 해본 것일 뿐 거래를 훼방 놓거나 신한과 가격 경쟁할 생각은 애당초 없었다”고 말했다.신한금융은 협상 1년 만인 지난 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MBK가 보유한 오렌지라이프 지분 59.15%를 총 2조2989억원에 인수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국내 보험사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 거래로 기록됐다. 신한금융이 KB금융에 내줬던 ‘1등 금융그룹’ 자리를 되찾는 순간이었다. MBK는 ‘국내에서 투자금 회수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평가를 떨쳐냈다. 오렌지라이프 투자로 6년 만에 2조2000억원을 남기는 대박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은행원들로만 팀을 꾸리면 조(兆) 단위 M&A 거래는 절대 못 한다.” 조 회장이 오렌지라이프 인수작업을 시작할 당시 한 말이다. 신한금융의 인수팀에 외부 출신인 김지욱 글로벌자본시장팀장과 김태연 재무팀장을 영입한 이유다. MBK에선 윤종하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금융자산 담당인 이진하·김정환 전무 등 정예 멤버들을 투입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