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학부모들 "붕괴 전부터 균열 조짐… 예견된 인재"

"혹시 우리 집도?" 붕괴위기 유치원 인근 지역 불안감 고조
유치원 맞닿은 상도초 학부모들, 자녀 등교시키며 노심초사
"무너진 곳 바로 옆이 우리 집인데, 우리 집도 '와자작' 하고 밑으로 꺼지는 거 아닌가 겁나네요.불안해서 못 있겠네. 친정에 가야겠어요."서울 동작구 상도동에서 다세대주택 공사장 옹벽이 무너지면서 공사장 옆에 있던 서울상도유치원 건물이 10도가량 기우는 사고가 일어난 7일 인근 주민들은 하나같이 잠을 설친 표정으로 심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주민들은 붕괴사고가 일어난 공사장과 기울어진 유치원 주변에서 사고현장을 들여다보거나, 밖에서 자신이 사는 집 외관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불안해했다.

사고현장 바로 옆에 사는 윤교원(80)씨는 처음 옹벽이 무너진 전날(6일) 오후 11시 22분께 깜빡 잠들었다가 '와자자작' 소리에 화들짝 놀라 깼다면서 "불안해서 조카딸네 집에 가서 자고 아침에 돌아왔다"고 말했다.다른 주민 백종득(34)씨는 "(사고 당시) 천둥소리처럼 엄청 큰 소리가 나더니 얼마 후에 소방서에서 나와서 대피방송을 하더라"면서 "저렇게 큰 유치원 건물이 무너질 정도라니, 불안해서 얼마 동안 친정에 가 있어야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주민센터로 대피했던 사고현장 인근 주민 중 일부는 '추가 붕괴는 없을 것이니 귀가해도 좋다'는 구청 측 공지가 있었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며 주민센터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한 50대 여성은 "구청에서 집에 가라고 하는데, 저렇게 건물이 기운 게 보이는데 불안해서 어떻게 가겠느냐"며 손사래를 쳤다.상도유치원 학부모들은 "이전부터 건물에 금이 가는 등 이상 징후가 보여서 민원을 제기했었다"고 입을 모았다.

세 살배기 손자가 상도유치원에 다닌다는 60대 남성은 "어제 오후에 애를 데리러 갔었는데 건물 벽과 바닥이 만나는 부분에 3∼4㎝ 균열이 보이고 '접근 금지'라고 줄이 쳐져 있었다"면서 "교육청과 다산콜센터에 민원을 넣었는데 별다른 연락은 없었다"고 말했다.
공사장 옹벽 붕괴로 기울어진 상도유치원과 바로 맞붙어있는 상도초등학교의 학부모와 학생들은 이날 아침 등교하는 동안 사고현장 쪽을 연신 기웃거리며 불안감을 드러냈다.상도초등학교에 3학년 딸을 둔 권은희(39)씨는 "어젯밤에 남편이 사고현장과 학교를 보고 와서는 '보내도 되겠다' 해서 애를 등교시켰다"면서 "하필 오늘 금요일이라 수업이 1시간가량 더 늦게 끝난다.

속상하고 걱정되지만, 맞벌이라 어쩔 수 없이 등교시켰다"고 말했다.

손녀를 등굣길에 바래다준 윤모(71)씨는 "학교 보내기 걱정되지만 보내야지 별수 있겠느냐. 학교에서 안전하다고 하니까 믿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학교와 사고현장으로 연신 고개를 돌렸다.

서울시교육청이나 학교 측에서 자세한 공지를 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드러낸 학부모도 있었다.

한 학생의 모친 성모(39)씨는 "아침에 학교에서 '오늘부터 등교는 학교 정문으로만 가능하다'는 공지 문자 딱 한 개만 보냈다"면서 "유치원이랑 운동장 하나 사이에 두고 있는데 안전하다니 의구심이 들고, 그러면서 단축수업도 안 한다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주민들은 공사장이나 유치원에서 붕괴사고에 대한 징조가 있지 않았겠냐고 의문을 드러냈다.

강혜자(77)씨는 "여기서 7년 넘게 살았는데 이런 일이 없었다"면서 "사람이 없었으니 천만다행이지만, 사고가 날 가능성을 현장에서는 미리 알지 않았겠나.

설마 그걸 몰랐을까"라고 말했다.

한편 민중당 서울시당은 이날 오후 사고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붕괴사고는 천재지변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사고가 아니라, 인재임이 분명하다"며 "학교와 학부모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도 사고가 발생했다면 100% 인재이며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관계기관에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이어 이들은 "이번 붕괴사고의 원인과 대책 그리고 기관의 관리·감독 과정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