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 주춤한 사이… 일본차 10년만에 전성기 재현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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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 Joy회사원 A씨는 새 차를 구입한 지 9년이 지났지만 바꿀 생각이 없다. 평소 타는 2010년식 렉서스 IS 250에 큰 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는 “주행거리가 12만㎞를 넘었지만 주요 소모품을 교환한 것 외에는 손을 본 적이 없다”며 “일본 차의 내구성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내구성·가성비 앞세워 마케팅 '총력'
도요타, 올 판매량 18.7% 증가
혼다, 신형 어코드 '선전' 이어가
닛산, 중형 세단 알티마로 입지 다져
獨디젤차 인기 '시들'에 반사이익 기대
하이브리드 · SUV로 '빈자리' 공략
일본 차 브랜드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0여 년 전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신발끈을 조였다. 최근 명성이 흔들리고 있는 독일 디젤차의 빈틈을 노리겠다는 전략이다.기지개 켜는 일본 차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8월 한국도요타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8.7% 늘어난 1만8523대로 집계됐다. 도요타가 1만946대,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가 7577대 판매됐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의 혼다코리아 누적 판매량은 4352대로 전년 대비 37.2% 줄었으나 주력 차종인 신형 어코드는 선전했다. 이 차는 5개월여 동안 계약 대수 4220대를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1.5 터보와 하이브리드 최상위 모델의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닛산은 중형 세단 알티마를 앞세워 시장 입지를 다지고 있다. 알티마는 고급 브랜드를 제외한 수입 가솔린 세단 중 판매 1위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2975대다. 전체 판매량의 86.3%를 차지한다.일본 차는 높은 내구성과 품질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 문화인 ‘모노즈쿠리’는 뛰어난 완성도의 대명사가 됐다. 이런 철학은 ‘고장나지 않는 차’라는 명성을 가져다줬다. 이와 함께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무기로 내세운 공세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닛산 알티마의 경우 주행 성능과 첨단 안전 편의장치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도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는 3000만원 중반대에 잘 다져진 기본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이브리드카(HEV) 등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 또한 결실을 맺고 있다. 수입 하이브리드카의 대표주자 렉서스 ES300h는 출시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올해 판매량 5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디젤 빈자리 노린다수입차 브랜드 주력 모델인 디젤차 판매가 줄면서 그 빈자리를 일본 차가 채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 스캔들과 BMW 차량 화재 사태로 독일 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친환경차 이미지가 강한 일본 차에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일본 차 브랜드는 신차 출시로 2004~2008년 전성기를 되찾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목표다. 당시 렉서스 ES시리즈와 혼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CR-V, 어코드 등이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휩쓸었다. 먼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회사는 한국도요타다. 이 회사는 오는 10월 완전변경된 신형 렉서스 ES300h를 내놓는다. 이어 대형 세단 도요타 아발론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다. 한국닛산과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는 엑스트레일과 QX50 등 두 종의 SUV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