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한반도 상황, 연말까지 되돌릴 수 없게 진도내는 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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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앞두고 '연내 종전선언' 의지 표명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해 “올해 말까지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 진도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 5일 대북 특사단의 방북을 계기로 미·북 비핵화 협상 ‘테이블’이 다시 차려질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연내 종전선언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다.
비핵화 관련 '4강 외교' 본격 가동
비건 美 대북특별대표 10일 방한
정의용·서훈, 中·日에 특사 파견
靑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 제출"
11일 국무회의 의결 뒤 국회로
전문가 "종전선언·국회 비준
美·北 비핵화 협상 진전이 관건"
문정인 특보 "파격 조치 없으면 트럼프 첫 임기내 北 비핵화 어려워"
◆4강 외교라인 본격 가동문 대통령은 7일 인도네시아 일간지 ‘콤파스’에 실린 서면인터뷰에서 연내 종전선언 추진 계획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신뢰 구축의 실질적인 단계로서 정전 65주년인 올해 한반도에서 적대관계를 종식시킬 종전선언이 이뤄진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되돌아갈 수 없을 만큼의 진도’의 구체적 의미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청와대는 미국을 비롯해 한반도 비핵화 관련국에 대한 외교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지난 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해 특사단의 방북 결과를 설명한 데 이어 조만간 볼턴 보좌관의 ‘회신’도 받을 예정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 측이 설명한 결과에 대해 백악관이 어떤 반응을 보였고, 어떤 입장인지를 전달받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무부의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도 10일 방한할 예정이다.
오는 11~13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을 계기로 한데 모이는 러·중·일에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문 대통령의 구상을 전달하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정 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각각 중국과 일본에 특사로 파견해 이번 특사단 방북 결과를 설명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8일 양제츠 중앙정치국원과 면담하고, 서 원장은 10일 일본으로 날아가 아베 신조 총리를 예방할 예정이다.◆남북경협도 불가역 수준으로 진전
이와 함께 정부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안을 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했다. 김 대변인은 “국무회의 의결 후 곧바로 국회에 동의안을 제출할 것”이라며 “국민적 동의 속에 (18~2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한 정상회담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의안 제출 시 기획재정부 등은 비용추계서를 포함시킬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남북협력기금 규모를 올해보다 14.3% 증가한 1조1000억원 수준으로 편성했다. 북한 철도·도로 현대화 등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위해 올해(3446억원)보다 1600억원가량 늘어난 5044억원의 협력기금을 배정했다.전문가들은 종전선언과 국회 비준 모두 미·북 비핵화 협상의 진전 속도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북 특사단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첫 번째 임기 안에 비핵화를 실현하면 좋겠다”는 의지를 밝힌 직후인 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 여전히 믿는다”면서도 “우리의 목표는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강연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를 하려면 파격적인 조치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완전한 비핵화는 핵시설, 핵물질, 핵무기, 탄도미사일, 핵 과학자와 기술자 등 5개를 완전히 없애는 것인데, 사찰과 검증까지 감안하면 2년 반 사이에 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다만 북한의 핵탄두 반출을 통한 선제적 폐기, 핵 관련 중요 부분에 있어 ‘신고’를 생략한 채 ‘동결 직후 해체’ 등 파격 조치가 있을 경우 2년 반 만에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동휘/박재원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