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들, 北비핵화에 기대·회의 교차… "韓중재 성과 변수"

특사단 방북결과에 "이보다 좋을순 없다" vs "北의 오랜 각본"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6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발표한 방북 결과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특사단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내 비핵화 실현 의사를 피력했다는 점에서 한반도 정세의 돌파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한편, 기존 6·12 북미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언급과 크게 다를 게 없다는 회의론도 여전한 모양새다.

일단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차질을 빚으면서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이라는 점에선 새로운 동력이 되지 않겠느냐는 긍정론이 나온다.

프랭크 엄 미국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연합뉴스에 "김정원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성공적인 외교적 성과를 달성하려 하고 있어 두 정상이 어느 시점에는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본다"며 "김 위원장이 더 강한 비핵화 조치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그러면서 "미국도 양보하려 할 필요성 있다"고 말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방연구국장은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특사단의 방북 성과에 대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호평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올해 중으로 모든 당사국이 서명하는 평화선언(peace declaration)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면서 "무엇보다 대내적으로 각종 문제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 부문에서 업적을 쌓으려 한다면, 그것은 바로 한국전쟁의 종전"이라고 덧붙였다.반면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가 붙으면, 한미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에 "오래된 북한의 각본일 뿐"이라며 "6·12북미정상회담 당시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줄어든 게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오는 2021년까지 비핵화하겠다는 데 진지하다면, 그 첫 단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전체 핵시설 현황을 제공하고 핵사찰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미 터프츠대의 이성윤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한국에 의해 과장됐을 수 있다면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평양발 '기쁜' 메시지를 백악관에 전달하면서 김 위원장과 '거래할 수 있다'고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기류와 맞물려 한국의 중재 역할에 대해서도 조언이 잇따랐다.

엄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촉진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김 위원장이 충분한 비핵화 조치를 하도록 설득하고, 여기에 미국은 종전선언으로 화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은 중요한 중재 역할을 해왔고 비핵화와 맞물려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고 열심히 노력해왔다"고 평가하면서도 "남북 화해는 비핵화와 상응해서 이뤄져야 한다.

한국이 신중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앞서 한국리스크그룹의 올리버 호담 에디터는 최근 CNN 인터뷰에서 "워싱턴이 '배드캅'(거친 경찰)이라고 한다면 한국은 '굿캅'(온건한 경찰)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워싱턴과 서울 사이에도 분명 이견이 있지만, 그런 이견들이 다양한 방식의 역학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