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훈 NHN페이코 대표 "간편결제 시장 키울 수 있다면 누구든 손 잡겠다"

페이코, 국내 모든 결제방식 지원
지난달 경쟁자 삼성페이와 제휴
오프라인 가맹점 270만개 확보
내년 日 편의점서 이용 준비

간편결제 시장은 장기전
이익 내는 곳 없어…수익화 관건
떠날 자 3년 안에 판가름 날 것
“‘쓰고 싶어도 가맹점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겁니다. 3년 동안 온 힘을 쏟은 가맹점 인프라 확보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어요. 이제 이용자에게 가치를 주는 편리한 서비스를 하나씩 얹어가려 합니다.”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를 이끄는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49·사진). 지난 4일 경기 성남시 판교 본사에서 만난 그는 “결제를 기반으로 금융과 쇼핑까지 아우르는 ‘생활밀착형 플랫폼’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페이코는 네이버에서 분할한 NHN엔터테인먼트가 2015년 8월 내놓은 간편결제 서비스다. 삼성전자의 ‘삼성페이’, 네이버의 ‘네이버페이’, 카카오의 ‘카카오페이’ 등과 더불어 국내에서 가장 널리 쓰는 간편결제 중 하나다. 지난해 4월 NHN페이코로 분사해 사업 확장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월 실사용자는 800만 명, 누적 거래액은 6조원을 넘어섰다.

정 대표는 페이코의 최대 강점으로 “근거리무선통신(NFC), 바코드, QR코드, 마그네틱보안전송(MST)까지 국내에 현존하는 모든 결제 방식을 지원하는 것”을 꼽았다.페이코는 지난달 삼성전자와 손잡고 삼성페이 기능을 탑재했다. 갤럭시 스마트폰 이용자가 페이코 앱(응용프로그램)을 띄운 뒤 스마트폰을 카드 단말기에 대면 삼성페이 방식(MST)으로 결제하면서 할인·적립은 페이코에서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오프라인 가맹점 부족이 단점으로 지적됐던 페이코로서는 삼성페이가 적용되는 전국 270만 개 가맹점을 단숨에 확보하는 효과를 얻었다. 페이코가 기존에 자체 확보한 온라인 쇼핑몰 10만 개를 더하면 국내 최대 규모의 가맹점 기반을 갖춘 셈이다.

경쟁 상대인 삼성페이지만 ‘간편결제 시장의 파이를 키우자’는 페이코의 설득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정 대표는 “간편결제 시장의 판을 키울 수 있다면 누구와도 손잡자는 게 페이코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페이코는 22개 은행, 13개 신용카드 부가통신사업자(VAN), 4개 판매정보관리(POS) 업체와 제휴했고 전자결제대행(PG) 시장점유율 25%인 NHN한국사이버결제(옛 KCP)도 인수했다.

해외로도 조금씩 눈을 돌릴 계획이다. 정 대표는 “내년께 한국 관광객들이 일본의 편의점과 유명 매장에서 페이코로 결제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39조9906억원으로 1년 전(11조7810억원)보다 네 배가량 늘었다. 하지만 이 사업으로 이익을 내는 회사는 아직 없다. 결제수수료를 받긴 하지만 PG·카드사에 일부를 떼어주고 포인트까지 적립해 주면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수익구조에 대해 정 대표는 “결제수수료로는 손익분기점(BEP)도 맞추기 어렵다”며 “간편결제에서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광고·쇼핑·금융을 유기적으로 엮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제 이력에 따라 기업이 제공한 맞춤형 쿠폰과 특가 상품을 소개하고, 다른 금융사에 없는 매력적인 투자상품 등을 판매해 수익기반을 다진다는 구상이다. 올 들어 페이코 앱에 계좌 통합 조회, 신용등급 조회, 운세, 매거진 등 다양한 부가기능을 추가한 것도 이용자들의 방문을 늘리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이용 실적이 꾸준해 페이코가 ‘VIP’로 관리하는 이용자는 월 50만 명 안팎까지 늘었다. 정 대표는 “페이코의 핵심 이용자는 트렌드와 혜택에 민감한 20~30대 여성”이라며 “삼성페이는 40~50대 남성, 카카오페이는 10대가 상대적으로 많아 강점을 지닌 영역이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페이코 측은 올해 연간 거래액이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 대표는 “솔직히 거래액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고 했다.정 대표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적어도 3년 안에 ‘살아남는 자’와 ‘떠나야 할 자’가 판가름날 것”이라며 “한발 한발 꾸준히 나아가면서 소비자에겐 혜택을, 가맹점엔 매출을 올려주는 매개 역할을 확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