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이어 채용 '아웃소싱' 나선 국책銀

채용비리 원천 차단한다지만
회사 원하는 인재 못 뽑을수도
시중은행에 이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도 올 하반기부터 신입 행원 채용의 모든 과정을 외부 전문업체에 위탁한다. 채용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공정성 논란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이유에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과 수은은 이달 중순부터 진행되는 서류심사와 필기시험문제 제출 및 면접관 섭외 등 신입채용 절차의 모든 단계를 인력 관리 전문업체에 위탁하기로 했다. 외부업체가 일부 서류심사를 맡은 적은 있지만 모든 채용 과정을 담당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올 상반기에 신입행원 채용 과정을 처음으로 외부 민간업체에 맡긴 기업은행은 하반기에도 채용 절차를 외부 업체에 위탁할 예정이다.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며 “시중은행을 벤치마킹해 외부 업체에 맡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은행권을 대상으로 채용비리가 불거지자 시중은행들은 올 들어 앞다퉈 신입채용 과정을 외부 업체에 위탁했다. 은행연합회의 ‘은행권 채용절차 모범규준’에도 외부 기관을 참여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반영됐다. 국책은행뿐 아니라 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금융공기업들도 올 하반기 채용부터 서류나 필기전형을 외부에 위탁하고, 면접 때 외부위원 참여 비율을 늘리는 등 외주화를 확대하고 있다.

시중은행과 금융공기업의 잇단 신입채용 외주화에 대해 금융권 내부에선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채용비리 소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각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적합한 직원을 채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 은행 임원은 “외부 업체는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서류에 기재된 경력만을 참고해 뽑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된 뒤 취업준비생들이 오히려 각종 인턴 활동과 자격증 취득 등 ‘경력 쌓기’에 몰두하는 것과 비슷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필기시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공기업에선 외부 위탁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