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개정 효과… 추석 선물 '한우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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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수산물 선물 한도이마트는 이번 추석 명절을 앞두고 한우 선물세트 물량을 작년보다 15% 늘렸다.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개정돼 한우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했다. 농·축·수산물에 한해 선물 한도를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높이는 내용의 김영란법 개정안은 올초부터 시행됐다. 이마트의 판단은 적중했다. 최근 한 달(8월2일~9월6일) 한우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6%나 급증했다. 작년 추석 땐 이마트 한우 선물세트 매출이 감소했는데 올 추석을 앞두고는 급반등한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5만원 미만 선물세트에 한우를 넣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한도를 10만원까지 높이면 가능해진다”며 “김영란법 개정 수혜를 한우가 가장 크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10만원으로 높아지자
5만~10만원 한우세트 '인기'
이마트, 작년보다 61%↑
롯데마트는 465%나 급증"
한우, 수입육에 반격명절 선물로 인기 있던 한우가 돌아왔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 등 유통업계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경쟁적으로 한우 판매에 나서고 있다.
롯데마트에선 지난달 1~27일 한우 선물세트 판매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465%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입 소고기 선물세트 판매 증가율(128.6%)을 크게 앞섰다. 이 덕분에 롯데마트 축산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은 305%나 급증했다. 과일(118.4%), 수산(88.7%) 등과 비교해 매출 증가폭이 훨씬 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추석 선물 중 9만9000원짜리 한우 갈비 정육세트 문의가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GS수퍼마켓은 9월 한 달을 ‘한우 소 잡는 날’로 정했다. 10만원 미만 실속형 한우 상품에 초점을 맞췄다. 한우와 국내산 돼지고기 ‘한돈’을 하나로 합친 10만원짜리 ‘우월한우 한돈세트’, ‘안성 한우 스테이크 3종 세트’ 등을 내놨다.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백화점 AK플라자도 ‘한우 불고기 세트 2호’ 등 10만원 한도에 맞춘 한우 선물을 주력으로 판매 중이다.한우는 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직전인 2016년 추석 때부터 판매가 급감했다. 2016년 추석 선물에서 한우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0% 감소했다. 김영란법에서 5만원 넘는 선물을 일절 금지하자 한우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한우의 ‘빈 자리’는 미국산, 호주산 등 수입 소고기들이 주로 채웠다. 명절 선물세트에 5만원 미만 수입 소고기가 대거 등장한 것도 이때쯤이었다.
정부가 농가의 반발과 법 취지 등을 감안해 올초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을 10만원으로 높이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유통업체들은 이번 추석을 앞두고 대대적인 ‘한우 마케팅’에 들어갔다. 한우 가격이 전년 대비 10% 이상 오르자 사전 물량을 비축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다.5만~10만원 선물 두 배 이상 늘어김영란법 개정 수혜를 본 것은 한우뿐만이 아니다.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에 있는 선물세트는 두루 잘 팔리고 있다.
이마트에선 5만~10만원 추석 선물세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지난달 2일부터 이달 6일까지 사전예약을 받은 것만 집계한 결과다. 사전예약 전체 매출 증가율(약 50%)을 크게 앞섰다. 반면 5만원 미만 상품의 매출 증가율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 45%에 불과했다. 5만원 미만 선물을 했던 소비자 상당수가 5만~10만원짜리 선물로 옮겨 간 것으로 이마트 측은 해석했다.
프리미엄 초고가 상품이 잘 팔리는 것도 이번 추석 선물 트렌드 중 하나다. 롯데백화점에선 한 병에 430만원 하는 프랑스 코냑 ‘루이 13세’(700mL) 10병이 지난주 다 팔렸다. 250만원에 달하는 ‘영광 법성포 굴비세트 황제’는 준비한 물량을 이미 25% 소진했다. 소고기 ‘1++ 등급’ 중에서도 최상위 부위만 선별해 담은 135만원짜리 ‘L-No.9 한우세트’도 지금까지 준비한 물량의 22%를 팔았다. 한 병에 200만원에 달하는 와인 ‘루이 라투르 로마네 생 비방 그랑크뤼’도 판매됐다. 이 같은 초고가 상품 판매 증가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부의 효과’, 소비의 양극화 현상 등 때문으로 유통업계에선 해석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