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통신용어 고객 눈높이 맞춰 쉬운 말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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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모바일5세대(5G)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이 진화하면서 서비스가 발전하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는 어려운 전문 용어와 복잡한 설명에 거리감을 느낄 때가 많다. 스마트폰은 물론 인터넷TV(IPTV)와 같은 홈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이 같은 어려운 단어를 접해야 한다.
유플릭스 무비→영화월정액 등
직원들 참여해 용어 혁신활동
고객언어 가이드북도 발간
LG유플러스가 복잡한 서비스와 소비자 간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고객 언어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가입자의 눈높이에 맞춘 언어로 설명해야 관련 서비스 판매도 늘어나고 더 오래 선택받을 수 있다는 게 용어 혁신의 출발점이었다.지난해부터 시작된 용어 혁신 활동에는 현업 부서 200여 개 팀이 참여해 1611개 용어를 검수했고 이 과정에서 105개 단어를 바꿨다. 영화 콘텐츠 제공 서비스 ‘유플릭스 무비’는 ‘영화월정액’으로, IoT 서비스 가운데 패키지 상품은 ‘모두담아 IoT’, 개별 상품은 ‘IoT열림알리미’(옛 열림감지센서), ‘IoT가스잠그미’(옛 가스락), ‘IoT전기료알리미’(옛 에너지미터) 등으로 용어를 변경했다.
이 같은 활동의 일환으로 8월 초에는 서비스를 기획하는 단계부터 고객 중심의 생각과 말을 쓰기 위해 고객언어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언어 혁신 매뉴얼은 6개 섹션, 28개 가이드로 구성됐다. 가이드별 용어 검수 전후 사례 위주로 현업 부서에서 자주 틀리는 용어, 맞춤법 등을 자세히 설명해 수시로 업무에 참조할 수 있도록 했다.6개 섹션은 △쉽게(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쓰세요) △정확하게(과장하지 않고, 사실만 있는 그대로 전달하세요) △구체적으로(‘왜’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만큼 구체적으로 설득하세요) △고객 중심으로(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설명하세요) △따뜻하게(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긍정적으로 말하세요) △눈에 띄게(관심을 갖도록 매력적으로 작성합니다)로 이뤄져 있다.
예컨대 고객이 이해하지 못하는 ‘위면 해지’와 같은 용어는 ‘할인 반환금 없이 해지’로 바꿔 쓸 수 있다. ‘VAS’ 등 약어나 어려운 전문 용어는 ‘부가 서비스’와 같은 쉬운 단어로 설명하도록 했다. 이처럼 용어를 바꾸자 90% 넘는 고객이 바뀐 용어를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회의, 보고 때마다 어려운 용어를 써야 했던 직원들의 반응 역시 뜨겁다. LG유플러스는 애초 500부를 제작해 주요 팀에 배포했는데 현장 신청이 쇄도해 1200부를 새로 찍었고 곧 추가로 1000부를 제작할 예정이다. 사내 전자도서관을 통해 전자책(e북)으로도 배포하고 있다. 지인배 LG유플러스 IPTV제휴서비스팀 선임은 “내가 알고 있고, 동료가 알고 있으니까 고객도 당연히 잘 알 거라는 생각에 무심코 업계 용어, 기술 용어를 사용했다”며 “가이드북의 사례들을 접하며 쉽게 풀어 쓰는 방향으로 노력하니 업무 집중력, 몰입도가 높아지고 외부 미팅 때도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했다.IT업계에서는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B급 감성’의 재미있는 언어 혁신에 주안점을 두고 고객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박수 LG유플러스 고객가치혁신담당은 “통신업체는 진화된 서비스를 모든 고객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가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고객 언어 혁신은 좋은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