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휴전 한 달 반만에 고위급 무역협상 재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전쟁 휴전 한 달 반 만에 다시 고위급 협상을 연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세실리아 말름스퇴름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은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새로운 실무진을 대동해 양측간 무역현안을 논의한다.양 측은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EU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위협을 보류해 양측의 갈등을 다소 진화했다.

지난 7월 관세 부과 보류는 자동차를 제외한 공산품에 대한 관세 인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PG)와 대두의 수입 확대,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위한 협상에 EU가 응하는 조건으로 이뤄졌다.

이번 협상을 앞두고 미국은 자국산 농산물에 대해 시장 개방을 확대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농산물 시장 개방은 회원국마다 각자 사정이 다른 EU 내부에서 논란이 크게 불거질 소지가 있다.EU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고율관세를 다시 들고나와 EU 주요국인 독일 등 국가에 타격을 줄까 우려하고 있다.

고위급 협상을 하루 앞둔 9일 독일의 경제 일간지 한델스블라트는 "EU 관계자들이 거친 전투를 회피하는 방향으로 현재 분쟁에서 미국과 화해하길 희망한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말름스트룀 위원은 자동차나 농산물 같은 민감한 사안에서 벗어나 미국산 쇠고기 수출과 EU의 기술표준 등의 현안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EU 측이 성장 호르몬을 주사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수입 쿼터를 확대하기 위해 협상을 파격제의한 것도 농축산물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주기 위한 화해의 손짓으로 풀이된다.EU 측은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는 일은 피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출국하는 당일 미국이 EU와의 무역에서 사상 최대의 적자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 이런 기대를 부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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