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소득주도성장, 어떻게 수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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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주도 분배개선책'으로 방향 틀고최근 국정 지지율 50% 선이 붕괴되면서 특히 소득주도성장론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집권 여당 입장에서는 민심 이반의 주요 원인인 소득주도성장론을 계속 밀어붙이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향후 국정 운영을 생각한다면 이를 전면적으로 철회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런 난맥상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
특정 정책수단의 파장 정치하게 분석해
성장에 덜 해로운 정책 선별해 주력해야
안동현 < 서울대 교수·경제학 >
먼저 소득주도성장론, 보다 정확히는 임금주도성장론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째, 분배가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임금주도성장론은 이것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근간으로 한다. 그동안 수많은 학자들이 이 질문과 관련해 실증적 연구를 했지만 이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얻지 못했다. 국가별로 다르고 같은 국가라도 시대에 따라 그 상관관계는 변천해왔다.그런데 이런 불분명한 상관관계는 애초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무의미한 분석이라는 것이 주류 경제학계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성장이나 분배나 경제주체들의 행위 또는 정부 정책의 결과물인 종속변수로, 목표변수가 될 수는 있어도 그 자체가 독립변수로 정책변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류 경제학에서 임금주도성장을 주창한 후기케인지언이나 신마르크스주의자들의 연구를 이단경제학(heterodox)이라고 폄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만 분배를 개선하기 위한 특정 정책이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질문은 유효하며 이는 주류 경제학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다.
둘째, 분배의 개선이 정책적으로 가능한가 하는 질문이다. 많은 정책 대안들이 제시돼 왔지만 조세 및 이전지출 등 재정정책을 제외하고는 분배의 개선 효과는 경제가 처한 환경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왔다. 거시경제학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일인자인 로버트 루카스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2004년 미 중앙은행(Fed)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건전한 경제학에서 위해적인(harmful) 경향 중 가장 유혹적(seductive)이며 가장 독소적인(poisonous) 것이 분배에 대한 논의”라고 주장했다. 그는 결론에서 “산업혁명 후 지금까지 지난 200년 동안 분배개선책을 통해 분배가 개선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으며, 어떤 개선책도 성장에 따른 분배효과에 비견될 수는 없다”고 결말지었다.
루카스의 마지막 결말에 대한 질문이 세 번째 질문이다. 첫 번째 질문을 뒤집어 성장이 분배를 개선하는가 하는 것이다. 미시경제학자로서 역시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루카스의 주장에 회의적이다. 물이 들어오면 모든 배가 뜬다는 ‘수위상승가설(rising tide hypothesis)’은 1950년대나 1960년대에 유효했다고 주장하며 이제 수위가 상승하면 큰 배만 뜨고 작은 배는 좌초된다고 설파했다. 즉 성장이 분배를 개선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스티글리츠 교수도 역으로 분배 개선이 성장을 견인한다는 주장을 한 것은 아니었다.이를 통해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론의 방향을 수정해 보자. 첫째, 소득주도성장론에서 성장은 빼도록 하자. 임금을 인상해 분배를 개선한다고 해서 성장을 가져오는 것이 불분명한 만큼 성장에 대한 담론에 함몰되는 것보다는 임금주도 분배개선책으로 주장하는 게 보다 진솔할 것이다. 임금주도성장론을 주장하는 로버트 블레커 아메리카대 교수도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임금 인상이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성장을 견인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둘째, 국민 모두가 부의 양극화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는 부의 분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솔직히 얘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리고 분배개선책 중 성장에 덜 위해적인 정책을 선별해 주력하겠다고 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단연 부동산정책이 이 정부가 주력해야 할 경제정책 1순위다. 한국의 경우 부의 양극화는 근로소득 격차보다는 보유 부동산 때문에 일어난다. 즉 소득양극화보다는 자산양극화 해소에 주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임금을 통한 분배개선을 기하겠다면 정책의 수혜자와 피해자 그리고 비용부담자를 파악해 특정 정책이 합목적적인지에 대한 매우 정치한 분석을 한 후에 펼쳐야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부정적인 사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ahnd@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