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수조원 드는 '판문점선언 비용'… 1년짜리 '청구서'만 들이민 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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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남북정상회담 앞두고 '비준동의안' 국회 제출‘평양 남북한 정상회담’을 1주일 앞두고 청와대·정부가 11일 국회에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송부했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해 2986억원의 예산이 추가 소요된다는 비용추계서도 함께 첨부했다. 전날 정치권에 동반 방북을 제안한 청와대와 이를 거부한 여야가 각을 세운 지 불과 하루 만에 ‘청구서’를 들이민 것이어서 양측의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예산만 계산한 靑·정부
철도·도로 등 4712억 든다며
2986억 증액한 비용추계 제출
연도별 소요 예산은 못 내놔
野 "엉성하기 짝이없는 추계"
"내년만 하고 말 사업 아닌데
계약금만 걸어둔 부실추계 불과
매년 예산 더 들어가" 심사 거부
문재인 대통령 “대의 앞에서 당리당략 거둬야”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우리는 이번 평양 정상회담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해 다시 한번 큰 걸음을 내딛는 결정적인 계기로 삼고 북·미 대화의 교착도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국제적 지지와 함께 국내에서도 초당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국회에 남북 정상회담 동행을 제안한 배경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이처럼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발언을 두고 일각에선 취임 이후 불필요한 정쟁을 막기 위해 보수 야당에 쓴소리를 자제해온 문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북 제안 과정에서 일부 소통상의 착오가 있을 순 있지만 국회의 이 같은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국무회의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이 의결됐고, 곧바로 이날 저녁 국회로 송부됐다. 통일부는 비준동의안에 비용추계서를 첨부하고 내년도 철도·도로 건설, 산림 조성 등의 목적으로 추진되는 남북 협력사업을 위해 추가로 2986억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측에 대한 현지조사 미흡과 남북 간 추가 협의 가능성 등을 이유로 내년을 제외한 연도별 소요비용은 내놓지 못했다.
남북교류사업은 매년 편성되는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출된다. 이 가운데 유·무상으로 제공되는 철도 및 도로 연결, 산림협력, 사회문화체육 교류, 이산가족 상봉,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운영 등이 판문점선언과 직결되는 사업항목이다. 통일부는 이 항목들에 대한 올해 사업비가 1726억원이지만, 판문점선언으로 인해 내년 사업비가 4712억원으로 증액됐다고 발표했다. 철도·도로에 대한 북측 구간 개보수 비용은 대북 차관 형식으로 지원되고 나머지는 무상지원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비용은 신설된 항목으로 83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 관계자는 “판문점선언 비준동의가 없었다면 평년 수준인 2000억원 미만 수준에서 내년도 사업비가 책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野 “내년만 하고 말 사업이냐”비준동의안 심사의 첫 관문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다. 야당은 연도별 비용추계를 내놓지 못하고 내년도 예산안만 내놓은 것에 대해 ‘부실 추계’라고 비판하며 심사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정양석 의원은 “정부가 오만하게 대국민 속임수를 썼다”며 “지금 내놓은 비용추계는 계약금만 걸어둔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 얼마나 혈세가 더 들어갈지 정부가 차마 밝힐 자신이 없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정 부담은 비준동의안 통과 여부의 핵심 쟁점인데 연도별 비용추계가 다 완성되면 그때 심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간사인 정병국 의원은 “이미 야당이 판문점선언 비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청와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비준안을 제출한 저의가 뭐냐”고 비판했다. 이어 “비용추계도 엉성하기 짝이 없다. 내년만 하고 말 사업이 아닌데 한번 비준해주면 예산이 매년 계속 들어갈 텐데 이 점은 정부가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꼬집었다.청와대는 이날 별도로 한병도 정무수석을 국회에 보내 보수 야당 설득에 나섰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전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전화를 받고 안 가겠다고 해서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임 실장이 나와 발표한 건 예의에 어긋난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방 일정으로 한 수석을 만나지 못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정상회담 평양 동행은 설득의 문제가 아니다”며 “먼저 (야당에) 얘기한 뒤 발표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해 청와대의 일 처리 방식을 지적했다.
박종필/박재원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