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구호협회 "행안부 공무원 갑질… 밤 12시 카톡 업무지시도"

"행안부가 민간기관 장악 시도"…행안부 "장악 의도 전혀 없다"
민간 구호단체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협회)는 행정안전부 등 정부가 갑질을 일삼고 협회를 정부 산하에 두려 한다고 비판했다.협회는 행안부가 지난해 7월 사단법인인 협회의 소관부처가 된 뒤 과도한 업무·보고 지시를 내리고 있다고 12일 주장했다.

협회는 "행안부 재난구호과 모 사무관은 일요일이던 지난해 11월 19일 0시 35분에 협회 직원에게 카톡을 보내 모금현황 자료 확인 지시를 내렸고, 현장 구호활동 중인 협회 직원들에게 단체 카톡으로 업무지시를 내리는 등 '군림하는 공무원'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사무관은 반말을 일삼으면서 '협회를 없애버리겠다', '감사원에 고발하겠다' 등 막말을 서슴지 않는다"며 "보수 없이 일하는 비상근 협회장에게는 '왜 일주일에 한 번만 나오느냐' 등 언동도 했다"고 공개했다.협회는 "실질적인 지도감독 권한을 쥔 행안부 공무원의 지시와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끊임없는 자료 요구에 대응하느라 원래 활동인 구호사업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협회는 행안부가 '의연금 배분 투명성 강화'를 이유로 협회를 정부 산하에 두려는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도 밝혔다.

의연금의 배분·사용에 관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배분위원회'를 구성해 그 위원으로 '행안부 장관이 추천하는 자'들을 참여시키는 내용의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협회는 "현재 의연금 배분·사용 결정은 언론계 대표들과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 등 시민사회단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회 이사회에서 이뤄진다"며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이 없어도 협회는 의연금품 배분을 이미 행안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재해구호법 제26조는 '의연금품의 관리·운용에 대해서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국재해구호협회의 장과 협의해 고시한다'고 규정했다.또 "행안부는 올해 초 협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장악하려다가 기획재정부 반대로 좌절됐다"며 "협회는 설립 이후 정부의 재정지원, 업무 위탁, 사업권을 받은 일이 없어 공공기관이 될 수 없는데도 행안부가 무리하게 시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신문·방송사 등 언론기관이 주축이 돼 1961년 설립했다.

현재 각 언론사 대표들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이사·회원으로 참여해 재해구호 성금 모금 및 재난구호 활동을 벌이는 민간 구호단체다.
행안부는 협회의 주장과 관련해 재해구호법 개정은 배분위원회가 현재 구호협회 이사로만 구성돼 있어 다른 성금 모집기관이나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구호협회 업무추진의 대국민 신뢰성을 높이려는 순수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이어 "인사권을 쥠으로써 협회를 장악하려는 의도라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그럴 의도도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행안부는 법 개정은 현재 안을 만드는 단계로 실무차원에서 협회와 논의 중인 만큼 앞으로 광범위한 의견 수렴과 전문적 검토를 거쳐 조율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담당 공무원의 거친 언행을 두고는 행안부 담당국장이 구호협회장을 만나 사과와 재발방지의 뜻을 밝혔다고 설명했다.다만, 일요일 밤 12시에 메신저로 업무지시를 한 것은 당시 포항지진이 발생해 현황파악을 수시로 하는 과정에서 자료제출이 늦어져 긴급하게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