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석 금통위원 "물가상승률 확대 확인해야"… 금리동결 시사

"인플레이션 저속이 우려되는 때…물가 선제 대응은 위험"
신인석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2일 "흔히 통화정책은 선제적이어야 한다고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물가 경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밝혔다.신 위원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현재 정책금리는 중립금리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고 본다"면서도 "금리조정 과정은 물가상승률이 확대돼가는 것을 '확인해가며'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 이유로 "지금은 인플레이션 과속이 아니라 저속이 우려되는 때"라는 점을 들었다.

통화정책이 선제대응해야 한다는 명제는 고(高)인플레이션 기간인 1970년대에 나온 명제로, 지금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다음으로 그는 "경제 주체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위험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물가상승률 확대추세가 불확실한 시점에 금리를 조정할 경우 금리조정에 다른 이유가 거론된다는 것이다.

신 위원은 "결국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이 중앙은행 우선적 정책 목표가 아니라는 인식이 커질 수 있다"며 "기대물가 상승률 하락을 고착화하고 나아가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한층 더 하락하는 계기를 제공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그는 "인플레이션 목표제의 궁극적 과제는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 유지"라며 "일시적 충격으로 괴리가 있어도 물가상승률은 목표인 2% 부근에서 안정될 것이라는 믿음을 경제 주체에게 주는 것이 인플레이션 목표제 아래 통화정책 담당자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8월 소비자물가의 전년 동기대비 상승률은 1.4%다.

올해 1월 1.0%에서 시작해 1분기로는 1.3%, 2분기엔 1.5%에 그쳤다.4월(1.6%)을 제외하곤 한은 목표 대비 0.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연말께 목표 수준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는 올해 물가 상승률이 7월 전망(1.6%)보다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사실상 한 달 만에 전망을 수정했다.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을 반영하는 근원물가 상승률(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은 5월에 1.4%, 6월 1.2%, 7월과 8월엔 1.0%로 떨어졌다.

한은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정부 정책이 영향을 주는 관리물가 하락을 최근 물가 부진 배경으로 설명해왔다.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은 약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 위원은 관리물가 하락 압력만으로 최근 물가 상승세 둔화를 설명하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가를 포함한 해외요인, 관리물가 영향을 모두 제거한 물가 흐름 지표를 구해보면 2012∼2014년 기간 추세적으로 하락한 후 정체했으며 아직 상승 조짐은 분명하지 않다고 신 위원은 설명했다.

신 위원은 최근 물가 상승세 둔화 배경으로 기대물가 상승률 하락을 꼽았다.

유가 충격, 관리물가 충격이 기대물가 하락에 영향을 주고 이는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로도 번졌다는 것이다.

신 위원은 "상품물가 상승률이 2015∼2016년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이는 30년 만의 일이었다.

2012년 중 지속적으로 하락한 관리물가 충격도 유례없는 일이었다"며 "유가 충격, 관리물가 충격이 기대물가 하락에 영향을 준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의 발언에 비춰 연내 금리 인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를 올리려면 두 차례 인상 소수의견을 낸 이일형 위원과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분류되는 총재·부총재 외에 인상론에 합류할 위원이 더 있어야 한다.그러나 그간 꾸준히 물가 부진을 지적한 조동철 위원에 신 위원까지 인상 신중론을 펴면서 인상론을 제시할 위원은 2명만 남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