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에 시달리는 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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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거래 부진…노조는 근무축소 요구…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사진)이 작년 11월 취임한 후 1년이 다 돼가는 동안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것은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안이다. 하지만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이 연초에 비해 반토막 나는 등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거래대금, 연초비해 반토막
활성화 정책 큰 효과 없어
'돈육선물' 등 파생시장은 개점휴업
ETF 추종지수 독점권 고집
일부 증권사 '발동동' 구르기도
노동조합은 "근무여건 악화"
폐장시간 오후 3시로 회귀 요구
코스닥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거래가 전무해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돈육선물 등 각종 파생상품 시장은 사실상 방치 상태다. 이런 가운데 노동조합이 노동시간을 단축하라는 압력까지 넣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거래소가 내우외환을 겪는 와중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성과 없는 시장 활성화 조치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1일까지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4조2132억원을 기록했다. 바이오주 반등 등의 영향으로 지난달(3조5370억원)보다는 다소 늘었지만 연초(1월·8조6680억원)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연초 이후 이날까지 코스닥지수는 3.5% 상승하는 데 그쳤다.정 이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의지를 현장에서 실행에 옮기기 위해 “코스피보다 코스닥시장을 우선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거래소 차원의 각종 활성화 대책도 마련했다.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 대표 종목을 섞어 KRX300지수를 개발해 지난 2월부터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지수를 추종하는 7개 상장지수펀드(ETF)의 시가총액이 코스피200의 움직임을 좇는 62개 ETF 시총(15조2242억원)의 4.9%에 불과한 7577억원에 머물 정도로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장이 위축되면서 최근에는 거래소발(發) 시장 활성화 목소리가 쑥 들어갔다.
실망한 코스닥종목 투자자들은 “이럴 바엔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기는 게 낫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의 유가증권시장 이전 이후 코스닥시장 대장주가 된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소액주주들이 회사 측에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라는 요구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연초 정 이사장은 “파생상품 시장의 신상품 출시를 확대하겠다”며 파생시장 육성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이후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실제로 취한 조치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금융투자업계에서 나온다.
2008년 개장한 돈육선물 시장은 2013년 68건이 거래된 후 단 한 건도 거래가 없었다. 금 선물도 2015년 6월 이후 거래 실적이 없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니 금 선물 상장 등 시장 조성 노력을 했지만 유동성 확보가 안 됐다”고 말했다.◆“기득권 연연하는 문화가 문제”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기득권 지키기에 연연하는 거래소 문화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사들이 코스피200 등 대표 지수를 활용한 지수를 개발할 때 거래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 증권사 상품개발담당 임원은 “시장 상황에 맞춰 다양한 지수를 개발하면 시장 수급여건이 좋아지는데 거래소가 출시를 허용하지 않아 손도 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민간 금융투자사들이 무분별하게 개발한 지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상품들이 해외시장에 상장되면 국내 시장에 예상치 못한 부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근무여건 개선을 이유로 증시 거래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노조를 포함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이날 거래소와 금융위원회에 주식 장 마감 시간을 오후 3시로 원상회복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거래시간이 늘어나면서 증권사 직원들의 고충이 커졌다”고 주장했다.거래소 관계자는 “국내지수가 중국 지수와 커플링(동조화) 현상이 커지고 있는 마당에 거래시간을 줄이면 중국 증시에 대응할 수 없게 되고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중국 상하이와 홍콩증시는 한국시간으로 각각 오후 4시와 5시에 끝난다”고 말했다.
송종현/김동현/나수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