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30·40代 취업자 모두 감소… 제조업 이어 서비스업도 일자리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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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되는 고용쇼크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의 부정적 영향이 고용시장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제조업, 서비스업 가릴 것 없이 업종별 취업자가 감소하고, 연령을 불문하고 실업자는 늘고 있다. 대부분의 고용 지표가 외환위기 이후 20여 년 만에 최악의 수준이다.
더 악화된 8월 고용동향
실업자 113만3000명…19년 만에 최악
정부 지원 받는 공공부문 일자리만 늘어
"경제체력 급속 약화…정책방향 바꿔야"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추가경정예산(42조9000억원)까지 동원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비용 충격’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지 않은 채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공공 일자리만 늘어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경제활동인구는 2803만9000명으로 작년 8월보다 13만6000명 늘었다. 그러나 취업자는 2690만7000명으로 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10년 1월 1만 명 줄어든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해 월평균 31만6000명이었지만 올 2월부터 10만 명 안팎으로 줄어든 뒤 7월(5000명)부터 두 달 연속 1만 명을 밑돌았다.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취업자 감소가 지속된 가운데 서비스업마저 감소로 전환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조선업 구조조정, 자동차 판매 부진 등의 영향으로 10만5000명 줄며 올 4월부터 5개월 연속 마이너스의 늪에 빠졌다. 8월엔 서비스업 취업자마저 1만2000명 줄었다.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14만4000명), 공공행정(2만9000명) 등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분야에서 취업자가 늘었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12만3000명), 숙박·음식점업(-7만9000명), 사업시설관리업(-11만7000명) 등의 취업자가 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을 제외하곤 모조리 취업자가 감소했다.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 취업자는 15만8000명 줄어 1991년 12월(-25만9000명) 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15~29세 취업자는 4만 명 감소했고, 30~39세에선 7만8000명이 줄었다.
15~29세 취업자를 더 뜯어보면 8월 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라도 하려는 15~19세(-4만4000명)와 20~24세(-12만4000명)에서 16만8000명 감소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연령대로 봐서 숙박·음식점, 도·소매 분야에 노동 공급 의사가 있는 계층인데 수요가 따라주지 못해 미스매치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청년 네 명 중 한 명 사실상 실업
8월에 늘어난 경제활동인구(13만6000명) 중 13만4000명은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밀려나 실업자가 됐다. 이에 따라 전체 실업자는 113만3000명에 달했다. 이는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1999년(136만4000명) 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실업자는 올해 1월부터 8개월 연속 100만 명을 웃돌고 있다.
실업률은 4.0%로 1년 전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이 역시 외환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2000년 8월(4.1%) 후 같은 달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8월보다 0.6%포인트 오르면서 10.0%를 나타냈다. 1999년 8월(10.7%) 후 가장 높다.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작년보다 0.5%포인트 오르며 23.0%까지 치솟았다. 청년 네 명 중 한 명가량은 사실상 실업자라는 의미다.기획재정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서 취업자 감소 이유 중 하나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작년보다 7만1000명 줄었다는 점을 제시했다. 그러나 빈 과장은 “생산가능인구 감소폭이 현재 수준으로 위축된 취업자 증가폭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고용 참사의 원인은 인구구조 변화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경제 체력이 고용을 흡수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히 나빠졌기 때문”이라며 “비용을 늘리는 지금의 정책으로는 경제를 지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