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16개월 만에 11번째 '부동산 카드'…그동안 뭐가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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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9 대책부터 9·13 대책까지 11차례“더 많은 부동산 대책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다.”
부동산·금융·세제 총망라 고강도 규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후로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가 13일 종합부동산세율 인상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대책까지 내놓았다. 세제와 금융, 공급 등 다양한 정책과 대책을 비롯해 이번까지 11개가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는 16개월째니, 두 달도 채 되기 전에 부동산 관련 대책들이 하나씩 나온 셈이다.(1) 6·19 대책
시작은 지난해 6월 19일 발표한 ‘6·19 대책’이다. 당시 정부는 청약조정대상지역은 종전 37곳에서 40곳으로 확대하고 이들 지역에서의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60%와 50%로 하향했다. 경기 광명시와 부산 기장군·진구가 이때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조정지역의 재건축 조합원이 분양받을 수 있는 주택수도 최대 3채에서 1채로 줄었다. 아울러 서울 모든 지역의 분양권 거래는 소유권이전등기 때까지 금지돼 전매가 제한됐다.
(2) 8·2 대책‘핀셋 규제’라던 6·19 대책에도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정부는 두 달 만인 8월 2일 다시 규제 카드를 꺼냈다. 2005년 ‘8·31 대책’ 이후 가장 강력한 규제로 평가되는 ‘8·2 대책’이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 등 11개 자치구와 세종시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됐다. 서울 나머지 자치구와 과천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선 LTV와 DTI가 40%로 줄었다. 투기지역의 경우 1건만 가능한 주택담보대출 제한이 차주 기준에서 세대 기준으로 바뀌었다. 정비사업 규제도 강해졌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조합의 경우 조합설립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양도가 불가능해졌다.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를 넘길 수 없게됐다. 또한 투기과열지구 내 정비사업 일반분양 또는 조합원분양에 당첨된 세대에 속할 경우 향후 5년간 투기과열구 안에서 다른 일반분양과 조합원분양 재당첨이 불가능해졌다.
조정대상지역 안에서는 세금도 늘었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내야하는 양도소득세는 최고 62% 중과로 급격히 인상됐다.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없어졌다. 양도세 중과는 올해 4월부터 시행됐다.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은 까다로워졌다. 9억원 이하로 양도할 때 2년 보유 조건이 2년 거주 조건으로 바뀌었다. 분양권 전매는 보유기간과 관계없이 양도세율 50%를 적용하도록 바뀌었다.또한 주택법 개정을 통해 지방 민간택지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 근거를 마련했다. ‘풍선효과’를 입던 오피스텔 청약·전매제한 규정도 8·2 대책을 통해 새로 생겼다.(3) 9·5 조치
8·2 대책 한 달 만인 9월 5일에도 후속 조치가 나왔다.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시 수성구가 투기과열지구로 새롭게 지정됐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은 이때 완화됐다. 최근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으면서 △최근 12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평균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는 경우 △분양 직전 2개월의 청약경쟁률이 5 대 1를 초과하거나 전용 85㎡ 이하 청약경쟁률이 10 대 1을 초과하는 경우 △3개월간 주택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하는 경우 가운데 하나만 해당하더라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다.(4) 가계부채 종합대책
정부는 10월 24일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대출 문턱까지 높였다. 신(新)DTI와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소득대비대출비율(LTI) 제도가 도입됐다.
신DTI는 신규 대출자의 소득과 부채를 최대한 엄격하게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종전 DTI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눠 계산한다. 이때 원리금엔 신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과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이자만 반영됐다. 하지만 여기에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금과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의 이자 상환액까지 포함한 개념이 신DTI다. DSR은 신DTI보다 더 깐깐한 규제다.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합산해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자동차 할부금은 물론 중도금, 학자금 대출, 이주비 대출까지 감안한다.
LTI는 자영업자의 대출총액을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대출총액은 자영업자의 전 금융권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합해 산출한다. RTI는 연간 부동산 임대 소득을 연간 대출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연간 갚아야 할 대출 이자비용에 비해 임대소득이 얼마인지를 따져본다. 이자비용에는 신규 대출뿐 아니라 기존 대출도 포함된다. 아파트 등 주택 임대업 대출 시 RTI가 1.25배 이상, 상가·오피스텔 등 비주택 임대업 대출은 RTI 1.5배 이상이어야 대출이 가능하다.(5) 주거복지로드맵
11월 29일 발표된 주거복지로드맵은 수요억제책 등 규제 일변도였던 문 정부의 첫 주택 공급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2022년까지 수도권과 대도시 위주로 공적임대 85만호와 공공분양 15만호 등 총 100만호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을 현재의 6.3%에서 9%대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8%다.
공공임대는 연 평균 13만호씩 총 65만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 스테이’는 공공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대신 임대료나 입주자격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리츠와 펀드 방식, 집주인 임대사업 등까지 합쳐 총 20만호가 공급된다. 이 가운데 6만호는 청년주택으로 활용된다. 공공분양도 늘리기로 했다.
민간분양용 공공택지 공급은 수도권 6만2000호를 포함해 연 평균 8만5000호 수준으로 정했다. 이미 확보한 77만호 수준의 공공택지 외에도 신규 택지를 개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임대주택 공급 외에도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가구, 저소득·취약계층 등 수요자마다 다른 주거 수요를 감안한 금융지원 대책도 세웠다.
(6)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
정부는 12월 13일 ‘당근’도 꺼냈다. 이날 발표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이다. 연 임대소득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게 골자다. 연 임대소득이 2000만원일 때 등록 임대사업자의 임대소득세 부담은 7만원으로 줄어드는 반면 등록하지 않을 경우 연 84만원을 내야 한다. 또한 등록 임대사업자에 한해 건강보험료 인상분을 최대 80%까지 감면해 준다는 내용도 담겼다. 8년 이상 장기 임대사업자가 대상이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율도 상향해 양도세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준공공임대로 등록해 8년 이상 임대할 경우 공제율 70%를 적용한다. 반면 양도세 중과 배제 및 종부세 배제 대상은 5년 이상 임대에서 8년 이상으로 강화됐다.(7)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올해 들어서도 연초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는 재건축을 조였다. 2월 20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12년 전 수준으로 강화했다. 그동안은 준공 후 30년이 되면 재건축을 할 수 있었지만 안전에 문제가 있을 때만 재건축할 수 있도록 했다. 안전진단 평가항목 가운데 ‘구조안전성 평가’ 가중치를 기존 20%에서 50%로 2.5배로 높였다. 반대로 층간소음 등 주관적 지표를 따지는 ‘주거환경평가’ 가중치는 기존 40%에서 15%로 하향 조정됐다. 정부는 당시 재건축 연한을 종전대로 40년으로 환원할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8)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방안
지난 7월 5일엔 ‘신혼희망타운’ 공급 물량 확대 등을 담은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시세의 70~80%에 분양하는 신혼희망타운 공급 물량은 10만 가구로 확대됐다. 경기 성남 서현동, 인천 가정2지구 등 13곳을 공공주택지구로 추가 지정하기로 했다. 또한 부부 합산소득 5000만원(맞벌이 7000만원) 이하인 결혼 5년 이내 신혼부부가 전용 60㎡, 3억원(수도권 4억원) 이하 주택을 생애 최초로 구입할 경우 취득세를 절반 감면해주기로 했다.
(9) 종합부동산세 개편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6일엔 종부세 개편 방안이 나왔다.
정부가 내놓은 종부세 개편안은 내년부터 6억원(1가구 1주택은 9억원) 초과 고가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되는 종부세율을 과세표준 6억원을 초과하는 구간별로 0.1∼0.5%포인트 인상하는 내용이다. 최고세율은 2.0~2.5%다. 과표 6억~12억원 구간의 세율 인상폭은 0.1%포인트다. 세율은 현행 0.75%에서 0.85%로 뛴다. 과표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행 80%에서 내년 85%, 2020년 90%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과표 6억원을 초과하는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0.3%포인트를 추가 과세한다. 과표 6억원 이하의 고가주택에 대해서는 현행 종부세율(0.5%)을 유지한다.
주택에 대한 종부세는 과표에 세율을 곱한 수치다. 인별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한 금액에서 6억원(1가구 1주택은 9억원)을 공제한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금액이다.
나대지와 잡종지 등 5억원 이상 비사업용토지 보유자에게 부과되는 종합합산토지분 종부세율은 0.25∼1%포인트 올린다. 세율은 0.75∼2%에서 1∼3%로 높아진다. 다만 상가·빌딩·공장부지 등 80억원 이상 사업용 토지에 부과되는 별도합산토지분 종부세율은 현행 0.5∼0.7%를 유지하기로 했다.
(10) 8·27 대책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산·여의도 통합개발’ 발언 이후 집값이 다시 급등세를 보이자 규제 카드는 다시 나왔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8·27 대책’이다. 정부는 이날 최근 집값 상승폭이 두드러진 서울 종로구와 중구, 동대문구, 동작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8월 서울에서 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와 세종시가 지정된 이후 투기지역은 총 12곳에서 16곳으로 늘어났다. 매매가격이 치솟고 새 아파트 청약경쟁이 치열했던 광명시와 하남시는 투기과열지구로 신규 지정했다.
투기지역으로 신규 지정된 종로·동작구 등은 주택담보대출이 세대당 1건으로 줄어들고 만기 연장도 제한됐다. 임대주택 취득 목적 외의 기업자금대출도 막혔다. 조정대상지역이었던 광명과 하남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강화된 금융규제가 적용됐다. LTV와 DTI가 각각 종전 60%와 50%에서 40%로 줄어들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조합원 지위양도가 각각 조합설립인가 이후와 관리처분인가부터 금지됐다. 5년 재당첨제한 규정도 적용됐다.
구리와 안양 동안구, 광교택지개발지구(광교신도시)는 새롭게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이들 지역에선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가 최고 62%(3주택)까지 중과되고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배제된다. 1가구 1주택자의 비과세 요건은 ‘2년 보유, 9억원 이하’에서 ‘2년 거주, 9억원 이하’로 강화된다. 분양권 전매시 양도세율 또한 50%로 높아진다. LTV 60%와 DTI 50%를 적용받는다. 부산 기장군(일광면 제외)은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됐다. 해운대구와 수영·남·동래·연제·부산진구는 여전히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였다. 정부는 8·27 대책을 통해 이미 발표한 14곳의 신규 공공주택지구 외에도 30여곳의 공공택지를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신혼희망타운 등 신혼부부 주거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성남복정과 구리갈매역세권 등 14개 택지 6만2000가구 규모의 입지를 확정했다. 신규로 개발 계획을 밝힌 택지는 약 30만가구 수준이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